[정부 '내수 살리기' 올인] 휴대폰 경품 확대, 호텔 요금 인하까지…온갖 소비 대책 쥐어짜낸 정부

입력 2017-02-23 17:28   수정 2017-02-24 05:18

"어떻게든 소비 살리자"

봄 여행주간 2일 늘리고 관광열차 주중 30% 할인
시니어 관광카드도 도입

전통시장·대중교통 소득공제율 40%로 확대



[ 황정수 기자 ]
정부 정책에 의지해 버텨 온 소비가 ‘이상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건 작년 4분기부터다. 최순실 사태,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등으로 소비심리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수준까지 얼어붙었다. 구조조정 영향, 고용시장 위축 때문에 가계소득은 늘지 않았다. 농축산물 수급 불안으로 생활물가가 오르며 실질구매력은 하락했다. 국민은 물건을 살 돈도, 의지도 부족한 상황이 됐다.

‘내수절벽’ 앞에 선 정부는 다급해졌다. ‘어떻게든 1분기 소비를 살려보자’는 생각으로 급조한 게 23일 발표한 내수 활성화 대책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시급하다고 판단한 부분의 과제를 총망라해 내수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실버관광 활성화 지원키로

이번 대책에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가 포함됐다. 대표적인 게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을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해 오후 4시 퇴근을 장려하는 것이다. 봄 여행주간도 작년보다 이틀 확대하고 ‘5대 관광열차 주중 30% 할인’ 등의 혜택도 마련하기로 했다. 가족과 함께 즐길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는 의도다.

실버관광 활성화 등 돈 많은 노인을 겨냥한 맞춤형 대책도 내놨다. 최대 소비계층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여가시장 확대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고령자가 국내 여행상품을 이용할 때 할인 등 인센티브를 주는 ‘시니어관광카드’ 도입 방안을 오는 4월부터 마련할 계획이다. 해외 골프여행객의 발길을 국내로 돌리기 위해 4월 중에 ‘골프산업 육성 방안’도 내놓을 방침이다.


◆특별지원업종에 조선 3사 포함

저소득층을 위해선 다양한 소득 확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부진, 경기 침체로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세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1분위 가구(하위 20%)의 가계소득은 작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매 분기 2.9~6.0% 감소했다.

정부는 조선업 대형 3사를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별업종에 지정되면 하루 지원금 한도액이 4만6000원에서 6만원으로 올라가고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요건도 대폭 완화된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을 지원하기 위해 햇살론의 생계자금 한도를 현행 8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확대하고 2000만원 한도의 임차보증금 대출도 신설할 계획이다. 체당금(파산 기업 퇴직자가 못 받은 급여를 국가가 대신해 기금에서 지급하는 돈) 신청 후 지급까지 소요 기간도 70일에서 30일로 단축된다.

생계급여 체계도 대폭 바뀐다. 정부는 1~2인 가구 지원 확대, 신규 수급자 확대 등을 포함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오는 7월 수립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근로장려세제 적용 연령 요건은 ‘40세 이상’에서 ‘30세 이상’으로 확대되고 자녀장려세제 재산 기준도 ‘1억4000만원 미만’에서 ‘2억원 미만’으로 올라간다.

◆장기 체납자 건보료 결손 처분

정부는 가계·자영업자 부담 경감 방안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1000㏄ 미만 경차를 보유한 소유주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유류세 환급제도의 연 환급금 한도가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라간다. 가계부채 대책도 포함됐다. 주택담보대출자가 일자리를 잃거나 사업체를 폐업하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원금 상환을 유예해 줄 방침이다. 수능 응시수수료 면제 대상도 기초수급자에서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하고 기초수급자에 대해선 국내선 공항이용료를 50% 깎아주기로 했다. 정부는 청년 행복주택 입주자 조기 모집 등을 통해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갚을 능력이 없는 장기 체납자의 건강보험료를 결손 처분하는 등 의료비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휴대폰 판매 때 제공할 수 있는 경품액의 합계(3000만원)와 개별 경품가격 최고가액(300만원)도 오는 3월 완화된다.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보다 저렴한 데이터요금제가 나올 예정이다. 오는 6월부터는 우체국 알뜰폰의 모바일 판매도 가능해진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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