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밀어붙인 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3년마다 적합업종 지원을 담은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중소기업단체는 동반성장위원회에 적합업종을 신청할 수 있고 동반위는 1년 이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 이러다 적합업종 지정이 어디까지 번져 나갈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벌써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요구까지 나오는 게 그렇다. 중소기업청이 최장 6년간 대기업의 사업 이양·철수·축소·확장 자제·진입 자제 등을 권고할 수 있는 적합업종을 놓고 벌어질 광풍이 눈에 선하다.
문제는 그 결과가 훤히 내다보인다는 점이다. 야당은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폐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까맣게 잊고 있다. 고유업종으로 인해 중소기업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졌고 외국업체만 좋은 일 시킨 꼴이 되고 말았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부품·소재 분야 등에서 여전히 일본에 밀리는 것도 고유업종 탓이 컸다. 더구나 이런 제도는 국제규범에도 어긋난 것이어서 정부가 통상마찰 때문에라도 더 이상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사정이 이런데 국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제화해서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그동안 정부가 말로는 민간자율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대기업의 손목을 비틀다시피 해 관철시켰던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보더라도 그렇다. 그렇게 해서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올라갔거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중소기업들 사이에서조차 구조조정돼야 마땅한 ‘좀비기업’만 살렸다는 원성이 나올 정도다. 대기업-중소기업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정치권이 오히려 격차를 더 벌릴 정책만 강행하고 있으니 이런 코미디가 없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