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주식이다] 아모레퍼시픽 '화학→가정용품', 삼성물산 '유통→산업재'로 소속 바뀐다

입력 2017-02-23 19:02   수정 2017-02-24 05:13

상장사 업종 분류, 투자자 친화형으로 개편

거래소, 글로벌 산업분류 GICS 도입

156개 세부업종으로 정밀화
삼성전자, 전기전자→IT장비
동원산업, 어업→필수소비재
타이어는 자동차부품 업종으로

투자심리 개선 효과
업종·개별종목 이해도 높여
거래소 "하반기내 마무리"



[ 박종서 기자 ]
한국거래소가 전체 상장사의 업종을 완전히 새로 분류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현행 체계로는 달라지는 산업 환경에 걸맞은 투자환경을 제공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1978년 이후 줄곧 한국표준산업분류 체계를 고수해왔다. 오래 전에 정부 통계 작성을 위해 마련된 기준이다 보니 투자자가 판단하는 업종 분류와는 괴리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는 현행 거래소 업종 분류를 외면하고 있다.

◆상장사 업종 모조리 재분류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는 타이어 회사가 생산을 늘리면 고무·화학업종이 성장했다고 받아들인다. 주식시장에서는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 타이어 회사의 주가도 덩달아 오르는데 이런 연관성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하는 18개 업종지수를 기반으로 출시한 금융상품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증권투자에 최적화한 글로벌 산업분류(GICS) 체계를 도입해 투자자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겠다는 게 거래소의 뒤늦은 계획이다.

주식시장에 GICS를 적용하면 종목들의 업종 분류가 투자자의 상식과 쉽게 맞아떨어진다.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제조업(화학)에서 필수소비재(가정 및 개인용품)로 재분류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금까지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과 같은 성격의 회사로 취급돼 왔다. 건설 비중이 높은 삼성물산은 유통업에서 산업재(자본재)로 성격이 바뀐다. 건설업체는 모두 자본재 안에 편입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조업(의약품)에서 건강관리(제약 및 생명과학)업종으로 자리를 옮긴다.

기존 체계로는 제대로 분류가 되지 않아 서비스업에 속한 상당수 종목도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된다. 네이버는 정보기술(소프트웨어 및 IT장비)로, 강원랜드는 자유소비재(소비자서비스)로,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업종으로 들어간다. 제조업 내에서 운수장비업으로 분류된 현대자동차와 기계업 소속이던 한온시스템(자동차 에어컨 생산업체), 고무·화학업의 금호타이어는 모두 자유소비재(자동차 및 부품)로 묶인다.

삼성전자는 제조업(전기전자)에서 정보기술(하드웨어 및 IT장비)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종목 분류 체계 도입으로 투자심리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원양어업이 주력 사업인 동원산업은 지금은 농업·어업으로 분류되지만 앞으로는 필수소비재로 기업 정체성이 바뀐다”며 “일상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품목이라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투자자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얼마나 들어올까

한국거래소는 GICS 도입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시장과 업종, 개별 종목의 이해도가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함께 만든 GICS는 대부분 글로벌 투자자가 사용하고 있다. S&P에 따르면 지수 투자에서 GICS에 기반한 거래는 80%가 넘는다. 호주 캐나다 스톡홀름거래소 등도 이미 도입했다.

한국거래소는 GICS 도입을 하반기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는 국내 시장에 맞게 GICS의 일부 분류를 바꾸려고 하지만 개발회사인 S&P 등은 있는 그대로 사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종목을 GICS 체계로 고스란히 분류할 경우 한국 투자자들이 헷갈릴 수 있다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S&P가 완강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계청 등의 반발도 과제다. 거래소는 GICS 체계를 도입하더라도 당분간은 기존 지수의 안정성을 위해 한동안 병행해서 발표할 계획이지만 한국에서 사용되는 국가 통계의 사용 빈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해야 한다.

거래소 측은 일단 하반기 도입을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지금 당장 도입해도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다음달 업종 분류와 관련해 업계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설명회에서는 GICS 체계에 따른 업종별 지수를 어떻게 결정할지, 기준이 되는 시점이나 지수값을 어떻게 삼을지 등의 시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 필수소비재 vs 자유소비재

소비재는 다른 상품의 재료로 사용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최종적으로 쓰이는 물품을 뜻한다. 필수소비재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음식 등이 다. 자유소비재는 자동차 가전제품 등과 같이 많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구입할 필요는 없는 상품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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