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때 조치 안 했나"…커지는 금감원 책임론

입력 2017-02-24 19:00   수정 2017-02-2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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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 심사 제대로 안하고 이제 와서 불법이라니…"


[ 김일규 기자 ] 금융감독원이 지난 23일 삼성·한화·교보생명에 중징계 결정을 내리면서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보험사만 제재하고 끝날 일이 아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보험 가입자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애초 책임의 원인은 자살을 일반사망이 아니라 재해사망으로도 인정한 특약상품을 설계, 판매한 보험사에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살도 재해사망으로 인정하면 일반사망보험금 외에 추가로 두세 배 더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사의 실수와 잘못뿐 아니라 해당 보험 약관의 적정성을 제대로 심사하고 걸러냈어야 할 금감원이 이를 놓친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0여개 보험사가 2001~2010년 280여만건에 달하는 자살 특약상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금감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자살 특약은 사전 심사가 아니라 사후 보고 대상이어서 미처 걸러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보험업계가 2000년대 후반 자살 특약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0년 표준약관을 개정했을 때라도 금감원이 적극 지도나 제재를 통해 조기에 사태를 수습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많다. 금감원이 2014년 8월 ING생명을 검사해 제재할 때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사전에 나섰다면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논란까지 확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보험사가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되(5월12일),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9월30일)고 연이어 판결한 이후 금감원이 보험사 제재에 나선 것을 두고서도 말이 많다.

금감원은 “소멸시효에 대한 대법원의 민사 판결과 별개로 보험사가 보험업법을 위반한 데 제재를 가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보험사들은 “금감원이 수년 전에 소멸시효와 별개로 자살보험금 미지급이 보험업법 위반이라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면 지금과 같은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제가 커진 뒤에야 금감원은 ‘제재를 했다’는 식으로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것 같다”며 “감독당국에선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고 꼬집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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