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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본격적으로 일본 상업용 부동산을 포트폴리오에 담을 시기라고 봅니다.”
이방주 JR투자운용 대표이사 회장(사진)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 마켓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오피스 빌딩과 임대 주택의 투자 수익률도 미국과 유럽 못지 않게 높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기관들은 일본 오피스 빌딩 투자를 한동안 꺼려왔다. 일본 오피스 빌딩의 경우 부동산 수익률을 나타내는 캡레이트(Cap Rate·순영업수익을 부동산가치로 나눈 수치)가 3~4%대로 4~5%대인 미국 및 유럽 부동산에 비해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최근 0%대 초반의 현지 금리를 활용해 레버리지를 일으키고 스와프 프리미엄을 더하면 6~7%대의 수익도 바라볼 수 있게됐다”며 “아베 노믹스가 수년간 이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올라 외국인 투자가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와프 프리미엄은 한국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로 바꿀 때 은행이 주는 웃돈을 의미한다. 이 회장은 “그럼에도 해외 부동산 투자를 할땐 60~70% 가량의 자금만 환 스왑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100% 환 스왑을 하면 해외 투자를 하는 본질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BRE에 따르면 국외 투자가가 소유한 일본 도쿄의 상업용 부동산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도쿄와 함께 세계 4대 도시로 꼽히는 뉴욕(32%) 런던(61%) 파리(40%)의 절반이 채 안되는 수치다. 일본 상업용 부동산은 이런 대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있었다. 일본 부동산 업계가 외국인 투자가에게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단점은 어느정도 해소됐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진단이다.
JR투자운용은 일본 부동산 투자에 밝은 운용사로 꼽힌다. 이 회사는 2014년 도쿄 아카사카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을 주선했다. 국내 기관 자금을 모아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해 일본 부동산을 매입한 첫 사례였다. 그는 “법률이 한국과 비슷하고 한번 거래를 튼 상대에게 꾸준히 신뢰를 보내준다는 게 일본 부동산 투자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JR투자운용은 최근 NH투자증권과 함께 일본 도쿄 대형 오피스 빌딩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선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고 했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경기가 답보 혹은 침체 상태이지만 ‘최고급 빌딩’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다. “한국 빌딩의 1인당 점유 공간은 9~10㎡로 15㎡ 이상인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 비해 성장 여지가 크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다드 정도로만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한다면 오피스 빌딩은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완공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대형 프라이빗뱅킹(PB)센터가 입점한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를 예로 들었다.
국내 호텔 부동산과 리테일 부동산에 대해서도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이 회장은 “수도권 호텔이 과잉공급됐다는 견해도 옳지만은 않다”며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논란 등으로 일시적으로 관광수요가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여행 트렌드가 ‘경험소비’로 바뀌는 게 세계적 추세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제발전으로 본격적으로 해외 관광에 나서는 동남아와 중국 관광객들이 당분간 ‘서울‘을 주요 관광지로 여길 수 밖에 없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국내 리테일 부동산에 대해선 “유통 빅3 대기업(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고, 시장 수요에 맞게 변신을 적절히 해 온만큼 수익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의 부동산펀드 겸업이 허용됐다”며 “‘부동산 운용업’의 본격적인 성장기가 도래할 것”이라고도 진단했다. 이 회장은 “수년내 운용자산(AUM) 수백조의 글로벌 AMC 규모는 힘들겠지만 수십조짜리 회사는 나올 수 있다”며 “운용사가 직접 토지 건물을 선매입하고 직접 개발하거나 개조나 리모델링을 통해 가지증대(value-add)하는 투자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장은 “대형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는 과실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꼬집었다. 선진국 처럼 공모 리츠나 펀드가 주요 상업용 부동산을 소유하고 임대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더욱 활성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모 부동산 활성화는 과거 토지개혁과 기업공개(IPO)와 같은 부의 재분배 정책으로써 다뤄져야 한다”며 “기업공개 정책 도입 당시 다양한 시장 유인책을 마련했던 것 처럼 공모형 부동산에도 한시적 소득세 면제 등의 개인을 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69년 현대자동차에서 경력을 시작한 이 회장은 1998년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을 끝으로 10년 가까이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로 유명한 현대산업개발에서 사장과 부회장을 지낸 주택사업 전문가다. 2008년 친 동생인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과 김관영 JR투자운용 사장과 회사를 설립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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