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부 조직 신설, 셀프 고용 창출인가

입력 2017-02-27 17:55  

고용노동부가 청년 일자리 문제 등 노동시장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일자리정책평가과와 고용서비스기반과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일자리정책평가과는 고용영향평가 등을 수행하고, 고용서비스기반과는 일자리 포털 구축을 지원한다고 한다. 고용부는 일자리 지원기구의 개편이라고 설명하지만 일자리 창출을 핑계로 자기들 일자리만 늘리는 게 아닌지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정부 각 부처가 그럴듯한 이유를 들이대 자기 조직과 인원 늘리기에 혈안인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2년 전 신설된 21개 정부 기구에 대해 존폐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성과평가를 했지만 폐지 결정을 받은 곳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러니 부처마다 조직과 인력을 일단 늘리고 보는 것이다.

정권 초기에는 조직 효율화 운운하다가 말기로 가면 어느 부처 할 것 없이 몸집불리기 경쟁에 들어가는 일도 반복된다. 박근혜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23개 부처가 60여개 조직을 신설했거나 만들 예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국 혼란을 틈타 부처 이기주의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부 조직과 관련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행자부조차 예외가 아니다. 일자리 창출을 부르짖는 정부의 진면목이다.

야당 대선주자들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 데는 정부의 이런 ‘셀프 고용’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정부가 다 못 하면 공공기관이 나머지 고용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이런 식이니 밑도 끝도 없이 ‘81만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 같은 게 버젓이 등장한다.

하지만 정부나 공공기관의 셀프 고용은 민간의 일자리 창출력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셀프 고용을 하는 만큼 세금을 더 거둬야 하니 민간투자는 위축되고 결국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민을 바보로 알지 않고서야 이런 황당한 일자리 공약을 내놓을 수 없다. 엉뚱한 곳에서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니 일자리 정책이 겉도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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