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통신비도 소비 압박
[ 도쿄=서정환 기자 ] 1990년대 이후 20여년에 걸친 경기 침체기를 살아온 젊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세대’로 인해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은행은 2013년 4월부터 대규모 양적완화에 들어간 뒤 지금도 연간 80조엔(약 807조원)가량의 돈을 풀고 있다. 올해 1월까지 290조엔 규모의 자금을 공급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당좌예금에 -0.1%의 금리를 적용하는 마이너스금리 정책도 도입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돈을 풀고 있지만 경제 회복 속도는 더딘 편이다. 지난해 4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엔화 약세 덕에 수출은 큰 폭으로 늘었지만 개인소비가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개인소비는 전분기보다 0.01% 줄었다.
디플레이션에 익숙해진 일본 젊은 세대가 소비보다 저축하는 습관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불황만 보고 자란 젊은이들은 절약을 최선으로 여기고 옷 구입이나 외식은 물론 차 구매, 여행까지 기피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통신비와 보험료, 전기요금 등 고정비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가계 소비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무성 가계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근로가구의 연간 실제 소득은 681만4000엔으로 10년 전보다 1만5000엔 늘었다. 하지만 소비 지출은 371만5000엔으로 12만8000엔 감소했다. 기업실적 개선에 따른 임금 인상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경기 선순환의 고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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