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조직 58년 만에 없애고 계열사 자율경영
[ 김현석/노경목 기자 ] 삼성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한다. 그룹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삼성이 창립 58년 만에 처음 시도하는 실험이다. 정경유착 논란을 원천 차단하고 불법·탈법 시비를 완전히 끊겠다는 의도로 이재용식 ‘단칼 해법’에 삼성뿐 아니라 재계가 놀라고 있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28일 “(특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 등) 사태가 이렇게 된 책임이 미래전략실에 있음을 통감하고 완전 해체한다”며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과 팀장 일곱 명은 전원 사임한다”고 밝혔다. 승마협회 회장을 맡아온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도 사장직과 협회 회장직을 동시 사임한다.
애초 미래전략실은 사업 조정 등 일부 기능을 계열사에 넘긴 뒤 해체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주 정현호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사장)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을 면회한 뒤 ‘무조건 해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1959년 이병철 창업주 시절 비서실에서 출발한 미래전략실은 5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삼성 계열사들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으로 자율경영을 하게 된다. 임원 인사부터 채용, 사회공헌 등 미래전략실이 해 온 업무들이 별다른 대책 없이 폐지되면서 각사가 이를 고민하게 됐다.
삼성은 또 정경유착 근절을 위해 외부 출연금과 기부금을 지원하는 기준을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 일정액 이상은 이사회 등의 승인을 거쳐 집행하기로 했다.
연매출 300조원, 임직원 50만명인 거대 조직의 컨트롤타워 부재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의지는 평가한다”며 “다만 계열사 간 조율을 위한 컨트롤타워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석/노경목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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