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축소 움직임과 맞물려
은행들 신규점포도 2층행
1층은 커피전문점 등 차지
[ 서욱진 기자 ] 신한은행의 핵심 점포 가운데 하나인 서울 명동지점이 문을 연 지 50여년 만에 1층에서 2층으로 영업공간을 옮겨 주목받고 있다.
명동지점은 신한은행에 합병된 옛 조흥은행이 1965년 처음 개설한 유서 깊은 곳이지만, 영업점을 찾는 사람이 계속 줄어들자 임대료가 비싼 1층 대신 2층에 새 점포를 꾸렸다. 인터넷·모바일뱅킹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오프라인 영업이 위축되는 흐름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명동지점 점포를 건물 1층에서 2층으로 옮기고 1층 공간은 새 입점주를 위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1층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있지만, 영업점 업무는 2층에서 봐야 한다.
명동지점 건물은 신한은행 소유의 7층 빌딩으로, 기존에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 계열사가 대부분 사용했다. 하지만 금융회사 점포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면 1층은 물론이고 2~4층 일부 공간도 임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점을 찾는 고객이 감소해 명동에서도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1층에 굳이 지점을 둘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점을 2층으로 이전하면서 임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신한은행 명동지점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한국에서 가장 비싼 땅으로 알려진 우리은행 명동지점과 마주하고 있다. 개별공시지가가 지난해 기준 ㎡당 7062만원에 달한다.
신한은행 명동지점 외에도 최근 2, 3년 사이 임대료가 높은 1층을 피해 새로 지점을 여는 사례가 늘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최근 문을 연 위례신도시 지점은 건물 2층에 들어섰다. 우리은행도 건물 1층에 있던 마포로지점을 지난해 폐쇄했다. 이곳에는 햄버거 체인인 버거킹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등 수도권 지점을 잇따라 설치하고 있는 지방은행들도 임차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1층이 아니라 2층에 주로 입점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에서 낸 소형점포를 모두 2층 이상에 배치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점 인원을 최소화하고 경비 등 관리업무는 외주업체에 맡기는 마당에 1층 입점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과거에는 건물주들도 1층에 은행 입점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방문객이 더 많은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은행 지점이 1층에서 사라지는 것은 지점 축소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말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5개 은행의 국내 지점 수는 5325개였지만 지난해 9월 말 4943개로 줄어들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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