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미현 기자 ] 김정호 서울제약 사장(사진)은 취임 초기 큰 위기에 봉착했다. 영업직원 30명이 한꺼번에 퇴사한 것. 리베이트(의약품을 채택해주는 대가로 주는 금품)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삭감한 김 사장의 방침에 반발해서였다. 전체 영업직원 70명 중 절반에 가까운 인력이 빠져나간 탓에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김 사장은 리베이트에 기대서는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며 버텼다. 그는 고질적인 영업 관행을 없애기 위해 체질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서울제약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40% 급증한 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7% 증가한 459억원을 올렸다.
김 사장은 “서울제약은 필름형 치료제를 만드는 기술이 강한 회사”라며 “리베이트를 통한 영업이 아니라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황준수 명예회장이 1976년 설립한 서울제약은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 알약 형태인 발기부전 치료제를 필름 형태로 개발한 회사다. 필름형 치료제는 휴대가 간편하고 복약하기가 편하다. 서울제약은 2012년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에 이어 지난해 7월 산도즈에 필름형 발기부전 치료제를 공급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사장은 “중국 등 해외 시장을 계속해서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대웅제약 JW중외제약 등에서 영업총괄 임원을 지낸 제약 영업통이다. 차병원그룹 계열사인 CMG제약 대표도 거쳤다. 2015년 10월 서울제약에 영입된 그는 대형 제약사의 경영 시스템을 이식하고자 했다. 우선 인재 찾기에 나섰다. 대웅제약 등 선두권 제약사 출신 임원을 적극 영입했다. 목표관리제도 시행했다. 매일 오전 7시 반에 임원 및 팀장 간 소통 시간을 갖고 하루 단위로 업무 달성 여부를 챙기고 있다.
연구개발(R&D)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자본력이 약한 중소 제약사가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서울제약은 자체 필름 제제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필름형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충북 오송에 유럽연합 의약품품질관리(EU EMP) 등 국제 기준에 맞는 생산시설도 확보했다. 김 사장은 “만성질환 등으로 필름형 제제 품목을 늘려갈 것”이라며 “필름형 치료제 시장에서 세계 최강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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