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보다 쓴소리 쏟아낸 성낙인 총장
[ 김봉구 기자 ] “신입생 여러분, 서울대 가족이 되었다는 데 대하여 큰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셔도 좋습니다.” 2일 오전 2017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입학식이 열린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 성낙인 총장(사진)의 ‘환영사’는 이 한 마디로 끝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은 오늘까지만 가지라”라고 서두를 뗀 성 총장은 “오늘 이후에는 ‘서울대’라는 단어는 여러분 머릿속에서 지우라”라고 당부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최근 서울대인들이 부끄러운 모습으로 더 많이 회자된다. 바로 서울대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한 서울대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란 이름에 도취되면 오만함과 특권의식이 생기기 쉽다. 서울대를 자꾸 각인하면 지나친 자기 확신과 독선에 빠지게 된다”고 짚은 그는 “여러분이 다른 학생들보다 고교시절 성적이 좋아 서울대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우리사회의 리더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필두로 한 서울대 출신 엘리트의 특권의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데 대한 ‘자기반성’으로 풀이된다. 앞서 서울대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부끄러운 동문상’ 수상자를 뽑기도 했다.
성 총장은 “서울대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울수록 여러분은 진정한 리더로 성장해갈 것이다. 이것이 선배로서 제가 서울대인이 된 첫날 후배들에게 드리는 조언”이라면서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오늘 입학식이 여러분 인생 최고의 날로 그치고, 이후는 오늘보다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분이 ‘서울대’를 잊고 살수록 다른 사람들은 여러분이 서울대 출신임을 되새기게 됩니다. 그래야 서울대의 명성에 기대어 사는 게 아니라 서울대의 명성을 만들어내는 졸업생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순간부터 이곳이 서울대라는 것을 잊고 자신을 갈고 닦으며 겸손함과 열린 사고,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인성을 기르십시오.”
서울대라는 이름을 내려놓는 대신 책임의식을 가질 것도 주문했다. 신입생들을 향한 성 총장의 쓴소리는 계속됐다. “여러분은 여러분 못지않은 자격을 갖춘 누군가를 대신해 이 자리에 있는지도 모른다”라고도 했다.
그는 총장 취임 이래 줄곧 설파해온 ‘선한 인재’를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으로 제시하면서 “공동체적 가치의 바탕 위에서 사회적 약자와 타인을 배려하는 진정한 지식인으로 성장해야 한다. 여기에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 세계시민으로서의 품성을 갖춘 지식인이 됐을 때 지구촌 시대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날 서울대에는 학부 3363명, 대학원 3360명 등 모두 6723명의 신입생이 입학했다. 성 총장의 입학식사에 이어 페터 안드레 알트(Peter Andre Alt) 독일 베를린자유대 총장이 축사해 눈길을 끌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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