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마루
상하이 건축자재 전시회 출품
중국 부유층 늘며 인테리어 관심
"3년내 100만달러 수출할 것"
라고디자인 - "스크래치야경, 일본 수출 4배로 확대"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츠타야 등 유명 서점서도 판매
"한국 문화상품 적극 알리겠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 김낙훈 기자 ] 디자인은 기술 못지 않게 중요한 제품의 경쟁력 요소다. 이를 무기로 해외시장에 도전하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경기도 광주의 구정마루는 중국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국내 온돌바닥재 시장에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돌풍을 일으킨데 이어 거대 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이다. 서울 상암동 소재 ‘스크래치 컬러링’ 제품의 라고디자인은 창업한지 3년밖에 안된 중소기업이지만 까다로운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일본 수출목표는 160만달러다.
구정마루
빈티지 마루, 헤링본(청어뼈 모양의 디자인) 마루, 프로방스풍 마루 등 새로운 디자인으로 마루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구정마루(사장 조문환·61)가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3월 하순 상하이에서 열리는 건축자재 및 인테리어 전시회인 ‘도모텍스 아시아(DOMOTEX Asia)’에 출품해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 을 개척하기로 했다.
조문환 사장은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개발하다 보니 중국인 취향에 맞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중국 내 부유층이 늘어나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계층이 늘고 있는 것도 이 시장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에만 30여종의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조 사장은 “3년 안에 100만달러 수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이철중 지린성 옌지부림실업유한공사 사장에게 시장 개척을 맡겼다. 건자재 관련 사업을 하는 이 사장은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의 옌지지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사장은 그동안 일부 원자재를 구정마루에 공급해왔다. 최근 내한한 이 사장은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과 저장성 산둥성을 주요 공략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구정마루의 이런 도전은 다양한 디자인에 힘입은 것이다. 지난 2월 하순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경향하우징페어에서도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올해 내놓은 제품은 △격자 형태의 복고풍 ‘레트로 제품’ △청어뼈 형태의 헤링본 제품에 강렬한 색으로 액센트를 준 ‘믹스 앤 매치’ △컬러와 빈티지 디자인을 과감하게 입힌 ‘컬러맥시강’ △전통 원목마루 등이다. 이들 4가지 카테고리에 각각 7~8종의 제품을 선보였다.
일부는 맞춤형으로 제작한다. 제작에 품이 많이 들고 시공하기도 까다롭다. 일부 제품은 시공비가 일반적인 마루의 두 배에 이를 정도다.
조 사장은 “젊은 부부들은 나만의 공간을 개성있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홍대앞 카페 등 젊은이 거리에선 인테리어가 고객 유치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어 혁신적인 디자인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광주시에 있는 구정마루는 조 사장이 1994년 설립한 업체다. 전통적인 제품으로 타워팰리스 등 고급 주상복합건물의 마룻바닥을 시공해왔지만 젊은이의 취향이 빠르게 변하고 마루시장의 경쟁이 격해지자 새로운 디자인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 회사는 디자인실뿐 아니라 영업개발부, 생산부 등 모든 분야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낸다. 다양한 디자인 덕분에 지난해 매출이 680억원으로 재작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라고 디자인
2015년 9월 도쿄빅사이트. 일본선물용품전이 열리고 있는 이곳의 라고디자인(사장 하성용) 부스에 쓰타야 관계자가 찾아왔다. 그는 라고디자인의 ‘스크래치 컬러링’에 큰 관심을 나타낸 뒤 곧바로 주문했다. 쓰타야는 카페와 서점 등을 가미한 문화공간 콘셉트로 일본에서 화제를 낳고 있는 업체다. 기존 서점이 책을 파는 데 몰두하는 것과는 달리 쓰타야는 서점에서 커피나 간단한 스낵을 즐기고 디자인 제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이날 라고디자인 부스를 찾은 라쿠텐 관계자는 한국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지난해 라고디자인은 일본으로 약 4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시장으로 통한다. 유통망도 복잡하다. 하지만 스크래치 야경이라는 독특한 제품으로 이 시장을 뚫었다. 하성용 사장(30)은 “올해 일본 수출 목표를 작년의 4배인 160만달러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스크래치 컬러링 제품에는 스크래치 형식의 야경(나이트뷰), 엽서, 스케치북 등이 있다. 스크래치 야경은 그림 위에 실크스크린 인쇄를 한 뒤 고객이 플라스틱 펜으로 긁어서 야경이 나오도록 한 제품이다. 창업 초기엔 에펠탑, 파르테논 신전, 남산타워 등 세계 명소 13곳을 제품화했다. 지난해 이를 30여종으로 늘렸다. 여기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의 주인공과 공룡 등이 들어 있다. 이를 책으로 엮은 스크래치 북도 있다.
하 사장은 “아이디어 디자인 제품에 일본 젊은이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쓰타야를 비롯해 문구점 대형마트 등에도 입점했고 라구텐 아마존재팬 등 온라인 매장에서도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 개척은 적극적인 해외 전시회 출품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 사장은 “작년에만 파리 메종오브제를 비롯해 일본 중국 홍콩 등 모두 7개 전시회에 출품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아이디어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 ‘픽셀 편지지(Pixel Letter)’라는 제품도 출시했다. 약간 두꺼운 백판지로 된 편지지에 일정한 간격으로 선을 그어 각각의 픽셀을 접으면 문자나 그림이 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뒷면에는 손글씨로 편지를 쓸 수 있게 돼 있다. 스마트폰의 문자 메시지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살릴 수 있는 제품이다.
조향사인 노인호 씨와 손잡고 《향기의 미술관》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명화를 소개하면서 그 그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향기를 작은 캡슐에 담아 책 커버에 동봉했다. 향기를 맡으며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하 사장은 “노인호 씨는 미국 현대미술관(MoMA)의 도슨트를 할 정도로 예술에 조예가 깊은 조향사”라며 “책과 그림 향수가 결합된 문화제품”이라고 말했다.
하 사장은 한양대에서 건축공학과 전자공학을 복수 전공한 뒤 2014년 1월 서울 시흥동 자택에서 1인 기업을 창업했다. 스크래치 야경 제품에 대한 사업을 구상하고 충무로 일대에서 발품을 팔며 인쇄업체를 물색해 단돈 30만원을 투자, 첫 제품을 내놨다. 창업한 지 이제 3년에 불과하지만 그의 눈은 거대한 해외시장을 응시하고 있다. 하 사장은 “번 돈은 무조건 투자한다”며 “안정은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30세의 젊은이다. 하 사장은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가미한 문화상품으로 해외시장을 뚫겠다”며 “일본에 구축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한국의 문화상품을 일본에 소개하는 중개자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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