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30년 전 ‘87 체제’ 이후 대한민국 정치는 이른바 민주화를 내세운 진보 세력들이 주도해 온 것이 사실이다. 산업화를 이끌었다는 국민의 자부심은 적어도 거리에서만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민주화 세력의 일부가 좌경화되고 심지어 반미 종북 성향까지 강하게 띠면서 침묵하던 보수가 탄핵정국을 타고 폭발한 것이다.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나 탄핵 반대가 전부가 아닌 것도 명백하다.
국회 폭주를 비판하는 구호가 유달리 많다는 점도 그렇다. 국회 폭주에 대한 비난은 기성 정치에 대한 비난과 오버랩되면서 참가 시민을 더욱 끌어모으고 있다. 탄핵과정에서 보수 정당은 분열됐고 기존 정당이 한국의 보수적 가치를 담보하지도, 보수 시민을 대변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생각들이 지금 거리를 메우고 있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로부터 이탈하고 있다는 지적은 굳이 본란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지적돼 온, 그리고 갈수록 중증화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보수 정당조차 사회적 시장경제를 내걸거나 경제민주화를 외치면서 이념적 정향에 큰 혼란이 벌어져 왔다. 이 혼란은 결국 보수가 자멸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문제는 보수가치가 제도권 정당 구조 위에 바로 세워질 것이냐 하는 점이다. 자유와 법치,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건강한 정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가 광장으로 나온다는 것은 어떤 경우든 기존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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