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전문가들 "중국의 사드 보복, 이제 시작일 뿐"

입력 2017-03-03 16:02   수정 2017-03-0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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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구 기자 ] 중국의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 조치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시작 단계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중 관계 경색이 본격화됐으며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 뒤따랐다.

3일 국내 중국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하면, 중국이 ‘사드 배치’라는 패를 들고 강하게 압박해오지만 사드 철회가 어려운 한국 입장에서는 내놓을 만한 패가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중국이 중앙정부 차원 공식 제재를 한 게 아니라는 점 역시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사드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잘못된 예측이었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따른 일련의 대응 리스트를 만들어 착착 진행하고 있다”면서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조현준 건국대 KU중국기업연구소장(국제무역학과 교수)도 “중국의 보복은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사드 배치가 불가피했다는 걸 중국도 모르지는 않는다. 다만 이 패를 활용해 외교적으로 한국을 길들이고, 경제적으로도 한국 산업을 공격하면서 자국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선 두 가지 시각이 있었다. 양국 갈등이 전면화됐다는 비관론과 그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이들 전문가는 전자에 무게를 뒀다.

“낙관론에는 중국이 미국 중심 글로벌체제 틀 위에서 움직인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렇다고 하면 중국이 극한대립을 회피한다고 봤는데, 실제로는 중국이 빠르게 미국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고 있다. 낙관론의 기본가정 자체가 흔들린 것이다.” 김흥규 소장의 설명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불확실성이 큰 과도기로 양국 관계가 갈림길에 섰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정외과 교수)은 “우리는 국정공백이 있고 중국은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막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도 변수가 많다”면서 “한중 갈등은 주변국 대응에 따라 심해질 수도, 가라앉을 수도 있다.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단 냉각기를 거치면 당분간 양국 관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력과 기술력이 급성장한 중국으로선 경제적 의존도나 전략적 파트너로서 한국의 중요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 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은 중일 관계의 전례를 봐도 양국 교역량은 감소한 뒤 반등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미·일 3국의 대중국 지역동맹화를 경계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사드 철회는 있을 수 없다는 데에 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해법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 소장은 “사드가 대북용임을 명확히 해 중국에 확실한 신뢰의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조 소장은 “한국의 여론이 미국 쪽으로 완전히 돌아서면 중국 역시 좋을 게 없다. 우리도 여론전을 비롯해 공동의 스탠스로 일관되고 강하게 중국에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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