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전에는 "놀리지 말아요"라고 하면 틀린 말이고 "놀리지 마요"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말아요'를 워낙 많이 써서 2015년 12월 국립국어원은 이 역시 표준형으로 인정했어요. 지금은 '말아요'와 '마요'가 모두 맞는 표기입니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수줍어서 말도 못하고~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스쳐가는 얘기뿐인 걸~.” 얼핏 들어도 ‘아! 소녀시대’ 하고 제목을 떠올리던, 중독성 있는 노래다. 가수 이승철이 발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여러 가수가 리메이크해 불렀다. 처음 나왔을 때가 벌써 1989년이다. 그런데 여기 보이는 ‘말아요’는 우리 어법에 맞는 것일까? 대중가요 노랫말을 어문 규범의 잣대로 재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워낙 언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한번 짚어볼 만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은 표준 어법이다. ‘지금은’이라고 한 까닭은 2015년 말까지는 비표준형이었기 때문이다.
‘말라’는 ‘말아라/마라’의 간접명령형
‘말아요’는 기본형 ‘말다’에 종결어미 ‘-아요(어요)’가 붙은 형태다. 본래 용언의 어간 끝 받침 ‘ㄹ’은 어미 ‘-아’ 앞에서 줄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이 ‘말다’란 단어는 관행적으로 ‘ㄹ’이 줄어진 형태로 쓰인다. 한글맞춤법 제18항에서는 관용상 ‘ㄹ’이 줄어진 형태가 굳어져 쓰이는 것은 준 대로 적는다고 했다. 즉 ‘말아요→마요’다. 그래서 전에는 “놀리지 말아요”라고 하면 틀린 말이고 “놀리지 마요”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말아요’를 워낙 많이 써서 2015년 12월 국립국어원은 이 역시 표준형으로 인정했다. 지금은 ‘말아요’와 ‘마요’가 모두 맞는 표기다.
‘말다’에 명령형 어미 ‘-아(라)’가 결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약속 시간에 늦지 (말아라/마라/말라).” 세 가지 표현 가운데 맞는 것은 무엇일까? 셋 다 맞는다. 다만 상황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다. ‘말아라’와 ‘마라’는 직접명령형으로, 그 관계는 앞에서 설명했다. ‘말라’는 어디서 온 것일까. 이는 이른바 간접명령형이다. 언론 등에서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상대로 쓸 때, 또는 시험문제 등 간접적인 명령형을 취할 때 쓰는 ‘하라’체다. 이는 직접명령형인 ‘-해라’체와 달리 어간에 ‘-라’가 바로 붙는다. 가령 ‘보고서를 만들라/분산 투자하라/전문가가 되라’처럼 쓰는 특수한 명령꼴이다.
‘되어’를 넣어 말이 되면 ‘돼’를 쓴다
준말 가운데 많이 헷갈려 하는 게 ‘되다-돼다’의 구별이다. “시청 앞에 모인 사람이 얼추 1만 명은 돼 보여요.” 이때의 ‘돼’는 ‘되어’의 준말이다. 어는 쪽을 쓰든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준말을 쓰는 게 자연스럽다.(‘하였다’도 마찬가지다. ‘하여→해, 하였다→했다’로 준다.) 이를 다음 문장과 비교해 보자. “시청 앞에 모인 사람이 얼추 1만 명은 되는 것 같아요.” 이때 헷갈리는 것은 ‘돼 보이다’와 ‘되는 것 같다’에서 ‘돼’와 ‘되’의 표기다. 동사 ‘되다’는 활용할 때 자음 어미의 경우 ‘되고, 되면, 되니, 되는’ 등처럼 어간에 어미가 붙어 만들어진다. 이에 비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어’)가 오면 어간과 합쳐 준말이 된다(되어→돼, 되어도→돼도, 되어야→돼야, 되어서→돼서).
쉽게 구별하는 요령이 있다. ‘되어’의 준말이 ‘돼’라는 점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되어’를 넣어봐서 말이 되면 ‘돼’를 쓴다. 가령 “과반수가 안 되서 부결됐다”라고 하면 틀린 말이다. ‘되어서’가 준 ‘돼서’라고 써야 한다. 이에 비해 “늦으면 (안 되/돼).”라고 할 때는 ‘안 돼’라고 써야 한다. 종결어미 ‘-어’가 붙어 ‘안 되+어→안 돼’로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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