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채널 통해 문제 제기…대중(對中) 소통 강화
미국 "자위적 조치에 보복은 비이성적" 연일 비판
NYT "중국, 한국에 극단적 경제제재는 힘들 것"
[ 장진모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당정은 3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고위급 대화와 실무협의를 통해 중국 측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또 사드를 계획대로 신속히 배치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의 보복은 비(非)이성적이고 부적절하다”고 거듭 비판했다.
◆당정 “보복은 부당” 공감
정부와 자유한국당은 3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를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당정은 3, 4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측과의 고위급 접촉과 자유무역협정(FTA) 실무협의 채널을 통해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할 계획이다.
김 수석대변인은 “사드는 (중국 등) 어느 나라도 겨냥하지 않는 자위적 군사 조치인데 무역까지 끌어들여 개입하는 건 부당하다는 점을 중국에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는 정부 측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안총기 외교부 2차관,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등 외교·국방·경제·통상라인이 모두 참석했다.
황 대행은 사드 배치를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사드 배치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측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 측 조치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행은 또 “국방부와 롯데 간 부지 교환 계약 체결로 사드 배치 부지가 확보된 만큼 부지 공여, 환경영향 평가 등의 절차가 추진될 수 있도록 한·미 간에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중국의 보복조치가 국제규범을 위반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 당국자는 “중국의 압력 등에 연연하지 않고 꿋꿋하게 우리 계획대로 밀고 나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통상당국으로선 공식 대응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응에 나설 경우 자칫 무역분쟁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이 규정을 위반한 것이 없는지 알아보고 있다”면서도 “특정 조치를 꼬집어 바로잡아달라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따질 것은 따지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법이나 규정을 어긴 것이 드러나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주류 언론도 중국 비판
미국 정부는 2일(현지시간) 중국의 한국 관광 전면금지 조치 등의 보복 행위에 대해 “비이성적이고 부적절하다”고 거듭 비판했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우리는 한·미 동맹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이 한국의 민간 분야 기업에까지 조치를 취했다는 보도에 우려하고 있다”며 “(그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사드는 명백하고 무모하며 불법적인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신중하고 제한된 자위 방어적 조치”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국무부는 지난달 28일에도 같은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한국과 중국의 밀접한 경제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이 극단적인 경제 제재를 단행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지만 한국 또한 중국의 4위 교역국이라는 것이다.
NYT는 “성장 둔화의 어려움을 겪는 중국이 이런 경제적 유대를 해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한국에 전방위 제재를 가하는 것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새로 들어설 정부로 하여금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소개했다.
장진모 기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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