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아름다운 '물의 궁전'
열대과일 잭프루트의 도시…달짝지근한 구덱 요리 인기
거대 피라미드처럼 생긴 세계 최대급 불교 사원 1500여개 부조 압도적
해발 2930m 화산 분화구 달 표면 같은 신비의 모습 지프 타고 올라 감상
거대한 바위와 긴 모래사장 로맨틱한 파랑트리티스 해변
여행자의 거리 프라위로타만 낮에는 카페서 여유 즐기고
밤에는 라이브 연주에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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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 섬에는 문화도시로 알려진 ‘족자카르타’가 있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한 호텔 식당에서 족자카르타를 사랑하는 네덜란드 여인을 만났다. 아름다운 실크 바틱(족자카르타 전통의상)으로 온몸을 휘감은 그녀는 족자카르타 방문이 18번째라고 했다. 이 도시가 너무 좋아서 한때 별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서양인 중에는 그녀처럼 족자카르타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았다. 대체 그 매력이 무엇일까. 발리에서 일일투어로만 다녀오던 족자카르타에 1주일의 시간을 투자했다. 그것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됐다. 족자카르타는 그만큼 매력 넘치고 가치 있는 여행지였다.
왕궁에서 옛 왕조의 향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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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카르타의 코타게데 역사지구(Kotagede Heritage District)는 16세기 이슬람 왕조인 마타람 왕국의 수도(1575~1640년)로 한국의 경주에 비교해도 좋을 만한 문화·역사의 도시다. 재미있는 것은 족자카르타에 왕이 있다는 것이다. 실체는 크라톤(Kraton)에서 찾을 수 있다. 1756년 세워진 크라톤은 족자카르타를 통치한 역대 술탄(왕)이 살던 곳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국왕은 아니다. 족자카르타 특별자치구에서만 인정받는 특별 행정수반으로 상징적인 지위만 갖고 있다. 지금도 크라톤에는 현 술탄인 하멩쿠부워노 10세와 왕족, 친척들을 비롯해 2만5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5m 높이의 담장으로 둘러싸인 왕궁에는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다. 내부에 있는 따만 사리도 볼거리다. 술탄의 왕비와 후궁들이 사용하던 별궁이다. 작지만 아름다운 별궁은 연못과 운하가 많아 ‘물의 궁전’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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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불교사원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족자카르타 관광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보로부두르는 세계 최대급 불교사원으로 1814년에 발견됐다. 언제, 누가, 왜 건설했는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신비로운 건축물이다. 거대한 피라미드처럼 생겼는데 면적은 약 1만2000㎡, 높이가 31.5m, 너비가 123m에 달한다. 이런 거대한 건축물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보다 300년 앞선 서기 800년께 지어졌다니 놀랍다. 세계 7대 불가사의에 꼽힐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로부두르의 압권은 회랑 벽에 새겨진 부조다. 1500여개의 부조에는 부처의 행적과 가르침이 새겨져 있다. 순서대로 다 보려면 회랑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열 번 돌면서 6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 거리가 5㎞에 달한다. 6층까지 긴 배움의 과정을 거쳤다면 7층부터는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공간이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보로부두르를 신전이라기보다 ‘깨달음을 얻는 곳’이라고 한다. 사원에 오르면 400여개의 불상과 종을 뒤집어 놓은 형태의 스투파(인도식 불탑)가 쿠두 평원, 화산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변 풍경을 보다 보면 잠시 신이라도 된 듯한 착각마저 든다. 스투파 속에는 부처상들이 안치돼 있는데 가장 거대한 스투파는 비움을 상징하듯 내부가 텅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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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활화산
족자카르타 시내에서 북쪽으로 30㎞ 떨어진 곳에 므라피(2891m) 산이 있다. 2~3년 주기로 작은 폭발이, 5~10년 주기로 큰 폭발이 일어나는 활화산이다. 고대 자바어로 ‘불을 만드는 신’이라는 이름처럼 2006년과 2010년에 대폭발이 있었다. 그렇다고 여행이 위험하지는 않다. 폭발 3개월 전부터 대비해 여행객들이 피해를 볼 확률은 거의 없다. 지프를 타고 오르다 보면 산 중턱에서 2010년 화산 때 휩쓸린 집 한 채를 볼 수 있다. 집은 하우스 오브 메모리(House of Memory)라는 팻말을 달고 서 있는데 이곳의 시간은 폭발 당시에 머물러 있다. 테이블과 그릇 위에는 뽀얗게 회색빛 먼지가 쌓여 있고, 벽시계는 용암이 덮친 시각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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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의 종착지는 해발 2930m의 분화구가 보이는 화산지대다. 화산암으로 검게 뒤덮인 광활한 지대는 산이라기보다는 달 표면처럼 느껴진다. 돌 사이 틈에 손을 가까이 대면 뜨거운 증기가 느껴진다.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뛴다. 족자카르타 사람들은 화산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두려움보다는 또 다른 생명이 피어나는 시작으로 여긴다는 것. 이들처럼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인간 본연의 모습대로 사는 것인지. 돌무더기에 피어난 에델바이스 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므라피 화산에서 남쪽으로 78㎞ 정도 내려오면 파랑트리티스 해변(Parangtritis Beach)이 나온다. 끝없이 펼쳐진 넓고 긴 모래사장, 우뚝 선 거대한 바위, 반짝이는 검은 모래 등이 특징이다.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과 낭만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선사한다. 해가 질 때 가면 로맨틱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다. 파랑트리티스 해변에는 남쪽 바다를 다스리는 아름다운 여신 라투 키둘에 대한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현지인들은 파랑트리티스 해변을 여신의 왕국으로 가는 문이라고 믿고 매우 신성시한다. 그래서인지 종종 바다를 향해 묵상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낭만적인 해변과 여행자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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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트리티스 해변에서 북쪽으로 24㎞ 정도 떨어진 프라위로타만(Prawirotaman)은 여행자들의 거리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나 발리의 쿠타 비치와 비슷하지만 좀 더 순수한 느낌이다. 사람들에 떠밀려 다니거나 술 취해 소란을 피우는 청춘들이나 호객행위를 하는 집요한 상인을 피해다닐 일도 전혀 없다. 세련되고 의식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거리처럼 보였다. 족자카르타에서 가장 여유로웠던 시간은 프라위로타만 거리를 걸었을 때다. 한낮의 카페테라스에서 맥주를 즐기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 예쁜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여인들, 거리에 앉아 음악을 듣는 커플. 자유롭고 게으른 여행자라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작고 예쁜 거리였다. 이곳의 아스마라(Asmara) 아트 앤드 커피숍에선 매일 밤 12시까지 라이브 연주가 열린다. 인도네시아 빈탕 맥주 한 병을 시켜 놓고 밤새 음악에 취할 수 있는 장소다. 자글자글 주름진 무명의 밴드가 롤링 스톤스를 연주하는 동안 사람들의 표정은 행복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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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카르타에 머물면서 인도네시아 수공예품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는 멋진 가구들을 발리에서의 반값 이하로 살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도자기 마을 카송안(Kasongan)에 가면 거울, 도자기, 큰 화분 등 아름다운 소품들을 많이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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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카르타는 아직도 때가 묻지 않았다. 세계적인 문화유산들이 있는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의아할 정도로 모든 것이 소박하다. 기회가 된다면 족자카르타에서 하루 이상의 여유를 가져보자. 사원 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다정다감하게 들려올 것이다.
족자카르타=조은영 무브매거진 편집장 travel.cho@gmail.com
여행 정보
자카르타나 발리에서 족자카르타까지 국내선으로 1시간 정도 걸린다. 숙소는 최고급 리조트인 아만지우부터 쉐라톤, 이비스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호텔과 리조트가 있다. 시내 번화가인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가까운 멜리나 리조트는 가격 대비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말리오보로 거리의 소스로위자얀 골목에도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와 레스토랑, 여행사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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