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반대 밝힌 시진핑 1인체제에 충성경쟁… 전방위적 보복조치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
[ 베이징=김동윤 / 정인설 기자 ] 중국 정부는 롯데그룹이 지난해 경북 성주군에 있는 롯데골프장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키로 하자 제재 꼬투리를 잡기 위해 중국 내 롯데 사업장을 쥐잡듯 조사해왔다.
지난해 11월29일부터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세무조사, 소방안전 점검, 위생 점검을 벌였다. 월마트 까르푸 등 중국에 진출한 다른 외국계 대형마트를 조사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 등의 중국 공장에도 중국 측 점검단이 나와 고강도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가 지난달 말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키로 한 롯데만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보도했다는 점에서 롯데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롯데가 사드 배치 부지 제공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면 중국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TV 소비자 고발프로에 촉각
중국 관영 CCTV가 불량제품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오는 15일은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환구시보는 “많은 중국인이 다시는 롯데 물건을 사지 않고, 불매운동까지 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5일 롯데마트 영업정지를 시작으로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전방위적인 보복 조치는 중국 내 권력 재편이 이뤄지는 올 하반기 제19차 중국공산당대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왔다. 중국 정부 부처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향한 충성 경쟁 차원에서 보복 조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을 공산당대회까지 갈 수도
문일현 중국 정법대 정치학 교수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특별한 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하반기 당대회 때까지 중국이 한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당대회 전까지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으로 실패했다는 인상을 심어주길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다만 “앞으로 미·중 정상회담, 한국의 새 정부 출범 등 몇 번의 전기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중후반 중국을 방문해도 “미·중 간에 산적한 현안이 많아 미국이 주도적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를 의제로 꺼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이를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가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일본과 영토 분쟁이 벌어졌을 때처럼 강경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토 분쟁과 달리 사드 문제는 타협의 여지가 없지 않다”는 점에서다.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이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한 시 주석을 향한 충성 경쟁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지난 3일 상하이에서 열린 민주평통 한·중관계포럼 세미나에서 “막강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한 시 주석의 사드 반대 입장 표명 때문에 중국 정부가 사드 문제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는 한때 특사 파견 형식 등을 통해 시 주석의 체면을 세워주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국내의 정치적 혼란으로 무위에 그쳤다”고 전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정인설 기자 oasis93@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