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중국 사드 보복…롯데마트 4곳 영업정지

입력 2017-03-05 17:36   수정 2017-03-06 05:34

롯데, 긴급 회의…정부에 SOS

이달 한·중·일 오는 틸러슨, '사드 갈등' 중재 나설까



[ 베이징=김동윤 / 워싱턴=박수진 기자 ] 중국 정부가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네 곳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소방안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롯데그룹이 경북 성주 골프장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로 제공한 데 따른 보복 조치의 하나로 풀이된다.

5일 롯데마트와 주중(駐中)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중국 소방당국은 랴오닝성 단둥시(2곳), 저장성 항저우시·장쑤성 창저우시(각각 1곳)에 있는 롯데마트 매장 네 곳에 소방안전법 위반으로 약 1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한 이후 중국 내 롯데그룹 유통매장이 영업정지 조치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마트는 법 위반사항을 시정해 6일 재점검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를 롯데그룹에 대한 경제 보복이 본격화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롯데마트 중국 전역 매장의 소방점검 등이 계속되고 있어 추가로 영업정지를 당하는 매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11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날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 주재로 중국 사업 점검 회의를 열어 상시 대응 체계를 갖추고 한국 정부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중하순 한국과 중국·일본을 순방할 계획이라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의 일본 방문 일정(오는 17~18일)은 확정됐고, 중국과 한국 일정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틸러슨 장관이 미·중 간 공정한 통상관계 구축과 함께 북핵, 남중국해, 사드 배치, 양국 정상회담 의제 등도 논의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일정은 두 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이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과 직접 대화에 나서는 미 정부의 최고위급이다. 미국과 중국이 다음달께로 추진하고 있는 정상회담 의제도 그의 손에 달려 있다. 틸러슨의 방중(訪中) 성과에 따라 사드 사태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미국”이라며 “미국이 틸러슨 장관의 방중 때 중국에 보복 조치 중단을 강하게 요구한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도 “중국의 보복 조치 수위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며 “미국도 사태를 관망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점도 기대할 만한 대목이다. 올가을 제19차 중국공산당대회에서 1인 지배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시 주석으로선 대외관계를 안정시키는 게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통상관계에서부터 사드배치 문제까지 모종의 ‘딜’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틸러슨의 중국 압박은 △김일성 생일(4월15일, 태양절) △인민군 창건 85돌(4월25일) 등을 계기로 북한이 다음달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나 제6차 핵실험에 나설지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아미타이 에치오니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외교안보 전문지 ‘디플로맷’에 쓴 기고문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축소된다면 올해 예정된 한반도 사드 배치를 연기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동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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