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타누깐 바짝 따라붙자 장거리 버디 퍼팅 '쏙쏙'
8~12번홀 5개홀 연속 버디
"경기 중반 들어서면서 퍼팅 다 넣을 것 같았다"
시즌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
긴 부상 공백 깨고 통산 18승
[ 최진석 기자 ] 싱가포르 센토사GC(파72·6683야드)에서 5일 열린 HSBC위민스챔피언스(총상금 150만달러·약 17억원) 대회 최종 4라운드. 2타차 선두로 나선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18번홀(파4)에서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 옆 벙커에 빠뜨렸고, 세 번째 샷으로는 공을 겨우 꺼내는 데 그쳤다. 공은 그린 가장자리에 섰다. 퍼터를 집어든 박인비는 침착하게 퍼팅을 했다. 공은 9m가량 굴러간 뒤 컵 바로 앞에 멈춰섰다. 보기를 기록했지만 파에 머문 에리야 쭈타누깐을 1타차로 제압하고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골프여제’ 박인비가 16개월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화려하게 귀환했다.
◆27개의 신들린 퍼팅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었다. 전날 단독 선두에 오른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28)가 5번홀(파5)에서 더블보기로 흔들렸다. 박인비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5번홀에서 4m짜리 버디를 성공시킨 뒤 6번홀(파4)과 8번홀(파5)에서 잇따라 버디를 낚았다. 9번홀(파4)에서도 7m짜리 버디를 집어넣으며 15언더파 단독선두로 나섰다.
이때 다른 추격자가 나섰다. 태국의 영웅 쭈타누깐과 LPGA 투어에 본격 데뷔한 슈퍼루키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었다. 박성현은 9번홀에서, 쭈타누깐은 10번홀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며 박인비와 15언더파 공동선두로 올라왔다.
그러나 박인비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10번홀(파)에서 6m짜리 버디를 넣고 16언더파 단독 선두로 달아났다. 11번홀(파4), 12번홀(파4)에서도 6~7m짜리 버디를 넣으며 5개홀 연속 버디 기록을 세웠다. 13번홀(파5)에서 숨고르기를 한 박인비는 14번홀(파5)에서 또다시 7m 버디를 넣었다. 결정적인 버디는 17번홀(파3)에서 나왔다. 박인비는 이 홀 그린에서 11m짜리 장거리 퍼팅마저 성공시키며 20언더파로 올라섰다. 자신이 예상한 우승스코어였다. 마지막 18번홀에서 1타를 잃었지만 이날 버디 9개와 보기 1개를 묶어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했다.
전날 33개의 퍼팅을 한 박인비는 이날 퍼팅 27개만으로 18홀을 소화했다. 경기 직후 박인비는 “경기 중반부터는 모든 퍼팅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잘 됐다”고 말했다.
◆돌아온 골든슬래머
박인비의 공백은 길었다. 그는 손가락과 허리 부상으로 LPGA 투어 대회로는 8개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 이후 6개월 만에 돌아왔다. 하지만 박인비는 투어 복귀 후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골든슬래머’의 위상을 재확인시켜 줬다.
이번 우승은 박인비의 시즌 첫 우승이자 통산 18승이다. 리우 올림픽을 제외하면 LPGA 투어에서는 2015년 11월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16개월 만의 우승이다.
박인비의 우승으로 한국은 장하나(호주여자오픈), 양희영(혼다LPGA타일랜드)에 이어 3주 연속으로 LPGA 투어 우승자를 배출했다. 이번 대회에서 2회 우승자는 박인비가 처음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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