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속의 '행복경쟁'

입력 2017-03-06 13:23  



(뉴욕=이심기 특파원) 모두가 주목받지 못해 안달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사진을 올리고, 1시간에 10번이나 ‘좋아하는 사람’ 숫자를 확인한다. 페이스북 게시물에 올라온 ‘좋아요’ 숫자를 하루에도 수십 번 확인한다. 매일 무엇을 먹는지, 어디서 휴가를 보내는지 등 시시콜콜한 개인 정보부터 미확인 루머까지 마구 뿌려댄다.

최근 출간된 ?행복의 효과(The Happiness Effect)?는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사이버 공간의 자아에 매료된 젊은이들의 고백을 담았다. 미국 노트데임대 연구원인 저자는 13개 대학에서 무작위로 선발된 학생 184명과 인터뷰했다. 나이와 성별, 신앙, 가족관계까지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 학생 884명과는 온라인 설문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응답자의 73%는 “SNS에서 실제 이상으로 긍정적이며 행복하게 표시하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또 “나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지는 걸 즐긴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자기애주의자(narcissist)일까. 저자의 분석은 다르다. 오히려 젊은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완벽하게 보이기 위한 엄청난 압력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필사적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반면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공개하는 것은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SNS에서 벌어지는 행복 경쟁은 젊은이들이 직면한 고단한 현실 문제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보다 행복하고, 똑똑하며, 자신감이 넘치도록 포장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는 분석이다.

이런 메커니즘은 스스로에게 행복을 강요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젊은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남기도록 압박감을 느낀다. 이를 본 다른 사람들도 같은 압박을 느낀다. 적어도 소셜미디어에서는 가족, 동료들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행복하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열등감을 느낀다. 이것이 소셜미디어가 행복한 얘기로 넘쳐나는 메커니즘이다. 응답자 중 19%만이 “소셜미디어에 솔직한 감정을 전달한다”고 답했다.

불행이나 실패에 관한 언급이 자신의 브랜드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학 입학사정관이나 회사 인사담당자는 소셜미디어 계정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자신의 어두운 과거에 관한 기록이나 전(前) 직장 상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은 게시물을 볼 수 있다. 한 응답자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벌인 행동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소셜미디어를 피하는 것은 가능할까. 학교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SNS 그룹이 만들어진다. 상사가 지시할 수도 있고, 교수가 토론그룹을 지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멈춰야 한다”고 권한다. ‘항상 행복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사이버 왕따나 음란 문자 혹은 사진을 주고받는 섹스팅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러는 TV 전원 플러그를 뽑는 것처럼 일시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집착의 수준을 넘어 중독됐다고 느끼는 순간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의식적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몰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도 SNS를 영원히 끊을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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