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 국제부 기자) 브라질에서 ‘조단위’에 육박하는 부패스캔들 ‘오데브레시 스캔들’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대기업과 정부의 유착관계를 대표적으로 드러낸 사건입니다.
오데브레시는 브라질 국적의 재벌로 남미 최대 엔지니어링회사이자 석유화학기업(세계 5위)입니다. 오데브레시 스캔들은 2014년 3월 브라질 연방검찰이 ‘세차 작전(Lava Jato·세차용 고압분쇄기)라는 이름으로 정·재계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에 착수하면서 불거졌습니다. 결국 오데브레시는 지난해 12월21일 세계 12개국 주요 인사에게 100여건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총 7억8800달러(약 9100억원) 뇌물을 공여했다는 사실을 미국 법무부에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벌금으로 35억달러(약 4조2000억원)을 물기로 했죠.
스캔들은 브라질 정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5일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호드리구 자노 연방 검찰총장은 이번 주 안으로 대법원에 연방정부 각료와 상원의원 40여명에 대한 뇌물 수사를 요청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브라질에서 연방정부 각료와 양원의원 수사는 대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합니다. 브라질 여론도 매섭습니다.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6%가 ‘무제한 부패수사’를 지지했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도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은 90%를 웃돌았습니다.
오데브레시 스캔들에 연루된 유력 인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호세 디르세우 룰라대통령 비서실장 △에두아르도 쿠냐 전 브라질 하원의장 △주제 세하 브라질 외교장관 △에디슨 로바오 전 브라질 에너지장관 △안토니우 팔로시 전 브라질 재무장관 △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 △알레한드로 톨레도 전 페루 대통령 △오스카 이반 줄루아가 전 콜롬비아 재무장관 △구스타보 아리바스 전 아르헨티나 정보국 국장 등입니다.
이들 외에도 파나마, 가나, 앙골라, 모잠비크, 과테말라, 온두라스, 쿠바 등의 주요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사를 위해 남미 10여개국이 국제공조에 나선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총 120명이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들이 받은 징역형량을 합하면 총 1200여년에 이릅니다. 오데브레시의 전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19년4개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는 브라질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특히 공공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뇌물을 공여하는 행위는 관행화되기도 했죠. 브라질 연방검찰은 그런 관행 속에서도 2014년부터 수사에 착수해 전임 대통령, 나아가 외국 대통령에 대한 비리 혐의까지 파냈습니다. 정경유착의 사슬을 끊기 위해 재벌 오데브레시를 캐낸 브라질. 그들의 앞날이 궁금합니다. (끝) /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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