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돌아온 '원자재 랠리'

입력 2017-03-06 17:46  

철광석값 1년새 70% 급등
글로벌 경기 개선에 투자 몰려

1년새 면화 31%·구리 18% 급등



[ 임근호/안대규/정지은 기자 ]
올해 국제 원자재 시장이 2009년 이후 8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을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고 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에 돈과 투자자가 원자재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은 6일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t당 85달러를 기록했다. 1년 새 70% 올랐다. 같은 기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53달러로 46% 상승했다. 비철금속과 작물 가격도 오름세를 타 면화가 파운드당 77센트로 1년 동안 31% 뛰었다. 구리는 파운드당 2.67달러로 18% 올랐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2014년 중반부터 침체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급반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경기부양용 재정지출 확대 기대가 반등을 이끌었다. 최근엔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주요국 경기지표가 일제히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커지며 원자재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이 올 들어서도 원자재 선물 매수계약을 늘리고 있다”며 “원자재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베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자재값 상승은 한국 기업과 경제에 전반적으로 득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2017년 국제 원자재 시장 전망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글로벌 경기 호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원 수출국의 한국 상품 수요가 확대돼 한국 기업의 수출이 늘어나는 요인도 될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 등 철강업체, LS니꼬동제련 같은 비철금속업체, 원자재를 개발·유통하는 종합상사 등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철광석 가격이 오르자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들은 반색하고 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철광석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2014년 수준(t당 100~15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철광석 가격 인상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국내 유통되는 열연강판 가격은 현재 t당 77만원 수준으로 1년 전(51만원)보다 51% 상승했다. 철근 가격 역시 t당 59만원으로 20% 올랐다. 중국이 올 한 해 철강생산량을 전년 대비 5000만t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도 그동안 공급과잉에 시달려온 철강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비철분야 원자재 가격 상승은 LS니꼬동제련이나 고려아연 등의 실적 상승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구리 가격은 3월 현재 t당 5900달러 수준으로 전년 동월(4800달러)보다 23% 올랐다. 아연 가격도 2700달러로 22% 상승했다.

정 연구위원은 다만 “원료가격 상승이 아직 제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데다 자동차, 건설 등 철강 수요가 위축된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원자재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종합상사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수익성도 덩달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은 매출 증가 요인인 동시에 시장이 활발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도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제품 가격이 올라 수익이 확대되고 정유업계도 재고 관련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저유가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석유화학제품의 원재료인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도 크게 오르지 않은 상태여서 현재로선 관망 분위기다.

임근호/안대규/정지은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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