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승부수'

입력 2017-03-06 18:08   수정 2017-03-07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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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공장 생산설비 2배 이상 확충

김준 사장 "글로벌 톱3 업체로 도약"



[ 주용석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내년 상반기까지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설비를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 세계 3위 전기차 배터리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충남 서산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설비를 연 1.9GWh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3.9GWh로 늘리기로 했다고 6일 발표했다. 투자 금액은 수천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설이 끝나면 SK이노베이션은 순수 전기차 기준으로 연간 14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신규 설비에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스마트공장 개념을 적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증설은 ‘선(先) 수주, 후(後) 증설 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공장 가동률 100% 기준으로 7년치 일감을 이미 확보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 독일 다임러벤츠 등이 주요 고객사다.

이번 투자는 미래 먹거리를 키우기 위한 전략의 하나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1위 정유사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국제 유가에 따라 이익 규모가 출렁이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 보니 주가수익비율(PBR)이 1배도 안 된다. 기업가치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2014년 갑작스러운 국제 유가 급락으로 37년 만에 적자를 낸 뒤 ‘이대로 가다간 한순간에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유화학을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배터리 분리막 등 비(非)정유 부문을 키우는 게 변화의 핵심이다.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시장 전망이 밝다고 보기 때문이다. 에너지산업 컨설팅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51GWh에서 2018년 185GWh, 2020년 430GWh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사진)은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을 강화해 글로벌 톱3 배터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후발주자다. 세계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존재감이 약하다. 국내에서는 LG화학과 삼성SDI, 해외에선 일본 파나소닉, 중국 비야디(BYD)와 ATL 등이 SK이노베이션의 강력한 경쟁 상대다. LG화학은 충북 오창,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중국 난징에 이어 지난해 폴란드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폴란드 공장까지 고려하면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가 17~18GWh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도 울산공장과 중국 공장뿐 아니라 헝가리 공장 건설에 나서며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화학이나 삼성SDI보다는 늦게 시작했지만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빠른 추격자) 전략이 통하고 있다고 본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존재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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