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도전’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을 노리는 한국은 한 수 아래로 여기던 이스라엘에 개막전부터 덜미를 잡히며 2라운드 진출을 위해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한국은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연장 10회 결승점을 내주며 1 대 2로 패했다. 경기에 앞서 미국 CBS스포츠는 한국의 낙승을 점쳤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날 패인은 투타의 총체적인 부진이었다. 타선은 기회마다 침묵했고 8명이나 투입된 투수진도 볼넷을 9개나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경기는 초반부터 수세에 몰렸다. 한국은 선발 장원준이 2회초 이스라엘 선두타자 네이트 프라이먼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택 보렌스타인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무사 2, 3루에 몰렸다.
제구력에 난조를 보인 장원준은 코디 데커와 라이언 라반웨이를 연속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밀어내기로 선취점을 내줬다.
반격은 5회말이 돼서야 이뤄졌다. 허경민이 볼넷으로 1루를 밟으며 이날 경기 처음으로 선두타자가 출루했다. 이어 김재호도 몸 맞는 공으로 나가면서 무사 1, 2루 기회가 찾아왔다.
후속타자 이용규가 번트 실패 후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고척돔 주인’ 서건창이 적시타를 날리며 경기를 1 대 1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6회말에도 손아섭과 양의지가 출루하며 1사 1, 2루를 만들었지만 허경민이 병살로 물러났다.
7회부턴 이스라엘의 반격이 거셌다. 1사 1루 상황에서 이현승이 5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했으나 샘 펄드에게 안타를 맞고 2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이현승은 후속 타이 켈리에게도 볼넷을 내줘 만루를 자초했다.
이현승은 2사 만루서 3번타자 블레이크 게일렌에게 안타를 허용하는 듯했지만 타구가 유격수 김재호의 글러브에 직선으로 빨려들어가며 위기를 넘겼다.
8회부터 등판한 임창민은 1아웃을 잡은 뒤 볼넷과 2루타를 허용하며 실점 위기에 몰렸다. 병살을 위해 라반웨이를 고의사구로 내보낸 뒤 만루에서 타일러 크리거와 승부했다.
임창민의 땅볼 유도하며 홈에서 보렌스타인이 포스아웃되자 김인식 감독은 ‘끝판왕’ 오승환을 호출했다. 네덜란드전과 대만전 투입이 유력하던 오승환 카드를 조기에 꺼내든 것이다.
한국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등판한 오승환은 2사 만루에서 스콧 버챔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오승환이 9회초까지 버틴 한국은 9회말 끝내기를 노렸다. 하지만 최고 구속 시속 154km까지 뿌린 이스라엘 투수 조시 자이드를 공략하지 못하며 결국 승부를 연장으로 미뤘다.
10회초 임창용이 나섰지만 1사 후 데비이스를 볼넷으로 내보낸 후 라반웨이에게 다시 안타를 허용하며 1, 3루로 몰렸다.
후속 타일러 크리거가 번트에 실패하며 한숨 돌리는 듯했으나 승부는 다음 상황에서 결정났다. 버챔이 내야 깊숙하게 날린 타구를 2루수 서건창이 가까쓰로 잡아냈지만 역동작에 걸려 1루로 뿌리지 못하는 사이 데이비스가 홈을 밟았다. 점수는 1 대 2.
10회말 한국의 마지막 공격에선 선두타자 서건창이 유격수 직선 타구로 아웃되며 출루하지 못했다. 8회부터 김태균의 대주자로 경기에 나섰던 오재원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관중은 마지막 타자로 타석에 선 이대호에게 기적 같은 한 방을 기대했지만 이대호는 제이드에 강속구에 삼진으로 고개를 떨궜다. 김태균과 함께 한국 타선을 이끌어야 할 3·4번 중심타자가 합계 8타수 무안타 4삼진에 그치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난적’ 네덜란드, 대만과의 경기가 더욱 부담스러워졌다. 특히 7일 맞붙는 네덜란드는 지난 대회 한국을 1라운드에서 탈락시킨 팀이다. 타선은 한국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일본프로야구 홈런왕 출신인 블라디미르 발렌틴을 비롯해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 안드렐톤 시몬스, 잰더 보가츠, 디디 그레고리우스 등이 포진했다. 한국전 선발 투수는 KBO리그 출신 릭 밴덴헐크로 예고됐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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