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여행 규제 강화에 비언어 공연장들 직격탄
충정로난타극장 내달 임시휴관…'오리지널…' 운영 중단
'덤핑 티켓' 으로 출혈경쟁 벌인 제작사들 줄도산 우려
[ 고재연 기자 ]
"오는 15일부터는 예약이 뚝 끊겼고, 그마저 예약된 것도 모두 취소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없는데 공연을 해봤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다음달부터 충정로난타극장을 임시 휴관할 계획입니다.”
대표적인 비언어 공연 ‘난타’를 제작한 PMC프러덕션의 김용제 대표는 7일 “상황을 지켜보며 극장 폐쇄 여부를 고려할 예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정부가 자국 여행사의 한국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함에 따라 공연관광 시장이 ‘사드 쇼크’에 빠졌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온 중국 정부의 관광 규제가 표면화되면서 ‘난타’ ‘페인터즈:히어로’ 등 비언어 공연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차이나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고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덤핑 티켓’을 판매하며 몸집을 불려온 제작사들의 피해가 특히 크다. 이들 제작사의 줄도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커 잡아라”…저가 출혈 경쟁의 덫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비언어 공연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였다. 지난해 국내에서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 관광객이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중국 국경절 연휴(10월1~7일)까지는 쏟아지는 유커 때문에 하루 1~2회 하던 공연을 3~4회로 늘려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공연 횟수를 늘리다 보니 ‘배우들이 토할 때까지 공연한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면세점과 판촉 행사를 펼치면서 관람권을 박리다매하는 공연들이 인기를 끌었다. 펜타토닉의 ‘페인터즈’가 대표적이다. 제주 전용관과 서울 전용관 세 곳에서 하루 다섯 차례까지 공연하는 등 회전율을 높이자 하루 수용 관객이 1만명까지 늘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페인터즈의 단체 관객 의존도는 8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제작사들도 관람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저가 출혈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 정부의 관광 규제에 공연관광 시장이 직격탄을 맞게 된 이유다.
미술을 활용한 공연 ‘오리지널 드로잉쇼’는 지난 1일부터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타악 공연인 ‘드럼캣’도 지난달 말 공연을 종료했다. 난타 20주년을 맞아 오는 17일 제주 한라산 근처에 문을 열 예정인 난타 전용극장과 호텔난타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정부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니 민간에서 그 피해와 충격을 100%, 120% 고스란히 받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단체 50명보다 개별 5명이 낫다”
피해를 입은 제작사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PMC프러덕션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제주와 충정로 극장 대신 개별관광객 비중이 높은 명동·홍대 극장을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다. 명동에는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의 단체 및 개별관광객, 홍대에는 내국인 및 국내에 장기간 체류하는 교환학생 등을 위주로 관람객을 받고 있다. 제주 지역에서도 중국 이외에 한국을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차이나 리스크’에 대비해 미리 체질 개선을 이룬 사례도 있다. ‘점프’는 “유커 50명보다 제값 주고 공연을 보는 개별관광객 5명을 유치하는 게 낫다”며 방향을 튼 사례다. 헐값에 관람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신 개별관광객 유치에 집중하고,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지로 유치 대상을 다변화했다. 관람권 덤핑에 동참하지 않은 덕분에 한국관광공사에서 인센티브 단체관광객도 유치했다. 개별관광객이 쉽게 공연 관람권을 살 수 있도록 온라인 채널도 강화할 예정이다.
‘점프’ 제작사인 예감의 김성량 홍보팀장은 “‘세월호’ ‘메르스’부터 사드 배치 후폭풍까지 국가적 재난이나 외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시장이 휘청거릴 정도로 관광시장의 체질이 허약하다”며 “가격 경쟁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모객이 가능하도록 콘텐츠 질을 높이고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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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난타극장 내달 임시휴관…'오리지널…' 운영 중단
'덤핑 티켓' 으로 출혈경쟁 벌인 제작사들 줄도산 우려
[ 고재연 기자 ]
"오는 15일부터는 예약이 뚝 끊겼고, 그마저 예약된 것도 모두 취소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없는데 공연을 해봤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다음달부터 충정로난타극장을 임시 휴관할 계획입니다.”
대표적인 비언어 공연 ‘난타’를 제작한 PMC프러덕션의 김용제 대표는 7일 “상황을 지켜보며 극장 폐쇄 여부를 고려할 예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정부가 자국 여행사의 한국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함에 따라 공연관광 시장이 ‘사드 쇼크’에 빠졌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온 중국 정부의 관광 규제가 표면화되면서 ‘난타’ ‘페인터즈:히어로’ 등 비언어 공연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차이나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고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덤핑 티켓’을 판매하며 몸집을 불려온 제작사들의 피해가 특히 크다. 이들 제작사의 줄도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커 잡아라”…저가 출혈 경쟁의 덫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비언어 공연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였다. 지난해 국내에서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 관광객이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중국 국경절 연휴(10월1~7일)까지는 쏟아지는 유커 때문에 하루 1~2회 하던 공연을 3~4회로 늘려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공연 횟수를 늘리다 보니 ‘배우들이 토할 때까지 공연한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설명했다.특히 면세점과 판촉 행사를 펼치면서 관람권을 박리다매하는 공연들이 인기를 끌었다. 펜타토닉의 ‘페인터즈’가 대표적이다. 제주 전용관과 서울 전용관 세 곳에서 하루 다섯 차례까지 공연하는 등 회전율을 높이자 하루 수용 관객이 1만명까지 늘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페인터즈의 단체 관객 의존도는 8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제작사들도 관람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저가 출혈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 정부의 관광 규제에 공연관광 시장이 직격탄을 맞게 된 이유다.
미술을 활용한 공연 ‘오리지널 드로잉쇼’는 지난 1일부터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타악 공연인 ‘드럼캣’도 지난달 말 공연을 종료했다. 난타 20주년을 맞아 오는 17일 제주 한라산 근처에 문을 열 예정인 난타 전용극장과 호텔난타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정부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니 민간에서 그 피해와 충격을 100%, 120% 고스란히 받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단체 50명보다 개별 5명이 낫다”
피해를 입은 제작사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PMC프러덕션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제주와 충정로 극장 대신 개별관광객 비중이 높은 명동·홍대 극장을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다. 명동에는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의 단체 및 개별관광객, 홍대에는 내국인 및 국내에 장기간 체류하는 교환학생 등을 위주로 관람객을 받고 있다. 제주 지역에서도 중국 이외에 한국을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차이나 리스크’에 대비해 미리 체질 개선을 이룬 사례도 있다. ‘점프’는 “유커 50명보다 제값 주고 공연을 보는 개별관광객 5명을 유치하는 게 낫다”며 방향을 튼 사례다. 헐값에 관람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신 개별관광객 유치에 집중하고,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지로 유치 대상을 다변화했다. 관람권 덤핑에 동참하지 않은 덕분에 한국관광공사에서 인센티브 단체관광객도 유치했다. 개별관광객이 쉽게 공연 관람권을 살 수 있도록 온라인 채널도 강화할 예정이다.
‘점프’ 제작사인 예감의 김성량 홍보팀장은 “‘세월호’ ‘메르스’부터 사드 배치 후폭풍까지 국가적 재난이나 외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시장이 휘청거릴 정도로 관광시장의 체질이 허약하다”며 “가격 경쟁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모객이 가능하도록 콘텐츠 질을 높이고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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