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는 독특한 질감과 색감 때문에 일반인은 물론 사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전주한옥마을에 가면 사진을 한지 위에 인화해 주는 곳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일반 한지는 잉크젯 출력용으로 쓰기 어렵다. 표면이 거칠고 섬유가닥이 길어 잉크가 잘 번지기 때문이다. 종이 위를 오가며 잉크를 뿌리는 프린터의 헤드가 한지 표면에 걸리기도 한다.
일본의 특수용지 회사인 아와가미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아와가미는 일본 전통 한지인 ‘화지(和紙)’ 위에 특수코팅한 인쇄용지 ‘아와가미’를 내놨다. 눈으로 보이는 질감은 한지 그대로인데도 잉크가 번지지 않아 고품질 출력이 가능하다. 동양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유럽 아티스트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연 100억원어치가 팔린다.
두리코C&T의 디지털 한지는 두 종류로 남원과 전주의 전통한지 공장에서 받은 원단 위에 특수코팅한 제품이다. ‘마루한지’는 한지의 전통 질감을 살렸고, ‘구름 한지’는 은은한 구름무늬가 특징이다. 김 대표는 “한국 한지를 뿌리로 하는 일본 화지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 개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이 아와가미의 절반 정도여서 가격 경쟁력도 우수하다”고 덧붙였다.
두리코C&T는 컨설팅회사로 2001년 설립됐다. 한솔제지로부터 감열 필름 코팅 공장을 인수하며 코팅 전문 회사로 변신했다. 태아를 관찰하는 초음파 필름이 대표 상품이다. 80개국에 수출하며 지난해 약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에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도 선정됐다.
두리코C&T는 특수필름 외에도 잉크젯 인화용지, 사진 출력에 필요한 프린터, 카메라 등을 유통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일본의 요도바시카메라처럼 촬영부터 출력까지 맡는 영상 전문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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