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자산 5년 만에 40조→110조
당기순이익, 업계 9위서 6위로…자기자본 3조 이상으로 늘려
당초 '4연임' 유력했지만 부회장직으로 일선서 물러나
[ 김우섭 기자 ] 2012년 2월7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 신한WAY홀. 영업이익이 매년 뒷걸음질치던 회사의 ‘구원투수’로 돌아온 강대석 사장(사진)은 직원들과의 첫 만남에서 세 가지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임기 안에 △소매(리테일)매출의 70% 이상인 주식위탁 중개수수료 비중을 대폭 낮추고 △투자은행(IB) 부문 수익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며 △고객수익률 중심의 직원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시점에 신한금융투자는 이 약속대로 ‘환골탈태’했다. 70%였던 주식중개 수수료 비중은 30%대로 낮아졌고 그 자리를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비(非)브로커리지 67%)이 차지했다. 고객자산은 40조원에서 110조원으로, 당기순이익은 2011년 업계 9위에서 지난해 6위까지 올랐다.
◆“홀가분하고 행복하다”
신한금융투자 부활의 날갯짓을 이끈 강 사장이 오는 16일 이임식을 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신한금융투자 최초의 ‘증권맨’ 출신 최고경영자로, 입사한 지 30년째 되는 해에 회사를 떠난다.
업계 안팎에선 강 사장이 취임한 뒤 이 회사의 경쟁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신한금융투자는 브로커리지(주식·선물중개) 수수료 비중(33%)이 업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취임 전 70% 수준이던 이 비율을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 절반 이하로 낮췄다. 대신 금융상품 판매 금액은 2012년 274억원에서 지난해 816억원으로 197% 늘었다. IB부문 매출도 같은 기간 156%(지난해 668억원) 증가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상품 수수료, 브로커리지, IB부문 등 국내 증권사 중에서 수익구조가 가장 균형 잡힌 회사”라고 평가했다.
강 사장 주도로 수수료 대신 고객 수익률로 직원 성과를 평가하는 인사제도 도입 이후 고객의 ‘투자 성적표’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해 이 회사 PB 785명이 운용한 고객의 평균 수익률(주식과 금융상품 합산)은 5.6%로 작년 코스피지수 상승률(3.3%)보다 2.3%포인트 높았다. 돈을 버는 고객이 늘면서 고객 자산도 2012년 40조5000억원에서 올초 110조1000억원으로 171% 늘었다. 이와 함께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으로 늘려 초대형 IB로 도약하기 위한 5000억원의 증자도 지난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강 사장은 한국경제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홀가분하고 행복하다”며 그동안의 소회를 전했다.
그는 “지난해엔 소송 충당금으로 이익이 줄긴 했지만 올해부턴 IB, 해외 사업 등에서 성과가 나면서 다시 이익이 늘 것”이라며 “고객 수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꾸준히 이익을 낼 기반을 닦아 기쁘다”고 말했다.
◆“투자회사 만들터”
강 사장은 애초 뛰어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4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달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사장 가운데 4연임한 전례가 없는 데다 위성호 신한은행장 내정자와 함께 은행장 자리를 놓고 경쟁한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내정자와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내정자에 대한 예우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1958년생으로 위 내정자와 나이가 같은 김 내정자가 신한은행에 남아 있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교통정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강 사장은 17일 주주총회 이후 신한금융투자 고문직을 맡을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 쌓아온 투자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영원한 ‘증권맨’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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