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기회. 그러나 최선을 다했다. 7일 네덜란드전에서 보여준 최형우의 전력 질주는 ‘배가 불렀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대표팀에 많은 것을 시사하게 했다.
당초 최형우는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김태균, 이대호와 함께 중심타선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연습경기 17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주전경쟁에서 밀렸고 본선 내내 벤치를 지켰다.
그런 그에게 경기 막바지 기회가 찾아왔다. 9회말 2아웃 민병헌의 타석 때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것이다.
0 대 5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시점. 너무 늦어 큰 의미를 두기 힘든 대타 작전이었다. 프로야구 자유계약(FA) 사상 첫 100억 시대를 연 최형우로선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첫 WBC 출전이란 의미가 있는 타석이기도 했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관중은 최형우의 등장에 걸음을 멈추고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최형우는 네덜란드 투수 룩 판밀을 맞아 고전했다. 마침내 방망이에 맞힌 공도 3루 방향으로 힘없이 굴러갔다. 타이밍상 1루에서 아웃이 예상되는 타구였다.
하지만 최형우는 전력질주했다. 결국 1루에서 간발의 차이로 살아남았다.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안타는 아니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자세에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한국 타자들 가운데 가장 투지 넘치는 모습이었다.
선수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팬들이 기대하는 당연한 장면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기도 했다.
타구가 야수 정면이나 병살 코스로 흘러가면 지레 포기하고 1루로 설렁설렁 뛰는 모습에 “왜 안 뛰냐”고 외치는 관중도 있었다.
앞서 일부 선수들은 대패를 앞둔 상황에서도 웃고 떠드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야구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최형우의 전력질주가 더욱 두드러졌던 이유다.
이날 경기 해설을 맡은 박찬호는 네덜란드 선수들이 한국보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야구를 시작했다는 것을 언급하며 “간절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WBC와 올림픽, 프리미어12의 영광에 젖은 한국 야구에 보내는 경고이기도 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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