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0다104768 판결>
사실관계
망 A(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전처 B와의 사이에서 딸 둘(원고 1, 2)을 낳았고, 재혼하여 아들 둘을 낳았다. 그리고 생전에 모든 재산(논, 밭, 임야 등)을 재혼한 처 C(피고 1)와 아들들(피고 2, 3)에게 증여하였고, 2007. 7. 30. 사망하였을 당시에는 아무런 재산이 없었다. C는 증여받은 논과 임야를 H회사에 매각하였는데 H회사가 이를 잡종지, 창고용지 등으로 조성하여 지목이 변경되었다. 한편 피고 2, 3은 증여받은 논과 밭을 잡종지 등으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상속개시 당시 이들 부동산들은 처음 증여될 당시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높아졌다. 망인이 사망한 후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유류분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2. 판결요지
유류분반환의 범위는 상속개시 당시 피상속인의 순재산과 문제 된 증여재산을 합한 재산을 평가하여 그 재산액에 유류분청구권자의 유류분비율을 곱하여 얻은 유류분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산정해야 한다. 다만 증여 이후 수증자나 수증자에게서 증여재산을 양수한 사람이 자기 비용으로 증여재산의 성상 등을 변경하여 상속개시 당시 가액이 증가되어 있는 경우, 변경된 성상 등을 기준으로 상속개시 당시의 가액을 산정하면 유류분권리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그와 같은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증여 당시의 성상 등을 기준으로 상속개시 당시의 가액을 산정해야 한다.
3. 해설
가. 증여재산의 시가산정 원칙
유류분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한 것을 상속개시 이후에 반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증여시점과 상속개시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유류분반환 대상재산의 가치를 언제 시점으로 산정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반드시 생긴다. 그 재산이 부동산이나 주식인 경우 증여당시의 가액과 상속개시 당시의 가액에 상당히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증여받은 재산의 시가는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29409 판결). 예컨대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20년 전에 시가 1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장남에게 증여했는데 상속개시 당시 시가가 10억원이 된 경우에는 유류분반환 대상재산의 시가를 10억원으로 하여 유류분가액을 계산한다.
그런데 이렇게 상속개시 시를 기준으로 증여재산의 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실제에 있어서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를 야기한다. 예컨대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10년 전에 장남에게는 시가 1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증여하였고, 차남에게는 현금 1억원을 증여하였는데 상속이 개시된 10년 후에 이르러서는 장남에게 증여한 부동산은 10억원이 되었고 차남에게 증여한 1억원은 소비자물가지수를 참작하여 산정했을 때 2억원에 불과하다면 차남은 장남에게 1억원의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12억원(10억원+2억원)×1/2(법정상속분)×1/2(유류분비율)-2억원]. 증여 이후 10년이 지나서 부동산의 가치와 현금의 가치가 그와 같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이다. 우연의 결과로 인한 차이에 대해 유류분반환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우연히 부동산의 가치와 현금의 가치가 동등하게 상승하면 유류분반환을 구할 수 없고 우연히 가치의 상승에 차이가 난 경우에는 유류분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여 유류분반환 대상인 증여재산의 시가산정을 ‘증여 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역시 불합리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10년 전에 장남에게는 시가 1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증여하였고 차남에게는 2억원 상당의 주식을 증여하였는데 상속이 개시된 10년 후에는 장남에게 증여한 부동산은 가격이 떨어져서 5억원이 되었고 차남에게 증여한 주식은 10억원으로 올랐다면, 상속개시 시에는 피상속인의 증여로 인해 차남이 장남보다 오히려 두 배나 많은 이익을 받은 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남에게 1억원의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증여재산의 시가산정 기준을 상속개시 시로 하던 증여 시로 하던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유류분반환의 대상이 되는 증여를 아무런 기간 제한 없이 무한정 인정하는 우리 법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10년 전에 증여하였든 20년 전에 증여하였든 언제나 유류분반환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해당 재산을 수증자에게 종국적으로 귀속시키고자 한 피상속인의 사유재산 처분의사에 명백히 반한다. 또한 오랜 세월의 경과로 인해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에 대한 불가침의 완전한 권리를 취득했다고 믿는 수증자의 기대 내지는 재산권을 심대하게 제약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오래 전의 증여까지 유류분반환의 대상으로 삼게 될 경우 입증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실속 없이 분쟁만 키우고 소송의 장기화만 야기하는 역효과가 생긴다. 이런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적어도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10년 이전에 증여한 재산에 대해서는 유류분반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나. 수증자나 전득자가 자기 비용을 투입하여 가치를 증가시킨 경우
증여받은 재산에 자기 비용을 투입함으로써 증여 당시에 비해 그 재산의 가치가 상당히 높아진 경우에도 유류분반환 대상재산의 시가를 상속개시 당시로 산정하게 되면 매우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황무지를 증여받아서 열심히 개간하여 논, 밭으로 일구었다던가, 허름한 건물을 증여받아서 리모델링을 하여 값비싼 건물로 탈바꿈시켜놓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의 경우처럼 논, 밭, 임야를 잡종지나 창고용지 등 보다 경제적 가치가 높은 지목으로 변경시켜놓은 것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와 같은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증여 당시의 성상(상태)을 기준으로 상속개시 당시의 가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결론이다. 즉 잡종지나 창고용지로 변경되지 않고 그대로 논, 밭, 임야의 상태로 있는 것으로 보고 그것의 상속개시 당시 시가를 산정하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의 H회사처럼 유류분반환 대상재산을 양수한 자는 원칙적으로 그 재산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없다. 이처럼 원물반환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재산을 H회사에게 매각한 C가 가액으로 반환해야 하는데, 이때도 역시 그 양도한 부동산의 증여 당시 성상을 기준으로 상속개시 당시의 가액을 산정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가액반환을 할 경우 그 가액은 상속개시시가 아니라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산정한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 원물반환을 할 때와 가액반환을 할 때를 굳이 이렇게 달리 구별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나, 이러한 판례에 따를 경우 C가 H회사에 매각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그 부동산의 증여 당시 성상을 기준으로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가액을 산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가감정은 법원이 선임하는 감정평가사에 의해 이루어지게 된다. 당사자들이 개인적으로 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하여 받아오는 소위 ‘사감정’은 참고는 될지언정 결국은 법원의 시가감정에 의해 결론이 내려지게 된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학력
1.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 법학석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3. 법학박사(고려대학교) : 민법(친족상속법) 전공
4. 미국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aw School 졸업(Master of Laws)
5. 서울대학교 금융법무과정 제6기 수료
경력
1. 제43회 사법시험 합격
2.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3.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친족상속법, 신탁법 담당
4. 서울지방변호사회 증권금융연수원 강사 : 신탁법 담당
5. 법무부 민법(상속편) 개정위원회 위원
6.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연구위원회 위원
7.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구성원
8. 한국가족법학회 이사
9. 한국성년후견학회 이사
10. 상속신탁연구회 부회장
11.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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