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추면 억측 확산·혼란' 판단한 듯
2차례 평의 남아…결론은 아직 '미정'
[ 박상용/고윤상 기자 ]
‘운명의 날’은 10일(금요일)로 정해졌다. 헌법재판소는 8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10일 오전 11시에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지 92일 만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3월13일) 전 ‘8인 재판관 체제’에서의 선고가 확정되자 야권은 환영했고, 박 대통령 측은 변론 재개를 주장하며 반발했다. 선고 결과에 따라 5월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가능성도 있어 여야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종착역 눈앞에 둔 탄핵 열차
헌재의 탄핵 시계는 이날도 멈추지 않고 돌아갔다. 헌재 재판관들은 오후 3시부터 2시간30분가량 평의(재판관 전체회의)를 열고 선고일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10일로 선고 날짜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적잖은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 다음날이 토요일이어서 결과에 불복하는 쪽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과격 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선고일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게 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관들은 하지만 더 이상 선고를 늦추면 괜한 억측만 불러일으키고 국정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해 이날 선고일을 확정했다는 후문이다.
재판관들은 9일에도 평의를 연다. 법조계에서는 선고일은 정했지만 최종 결론을 놓고 여전히 재판관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선고일이 정해졌다고 해서 결론이 나왔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10일 선고는 지난달 27일 최종변론을 마친 이후 11일 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최종변론이 끝난 뒤 14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박 대통령 측은 “졸속 심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는 “8인 재판관 체제의 탄핵심판은 무효”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신임 헌재소장을 임명해 9명이 될 때까지 결정을 미루고 심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바빠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탄핵이 인용되면 선고 다음날부터 1일로 계산해 50일에서 60일 사이에 대통령 선거일을 정하게 된다. 박 대통령이 파면되면 대선은 4월29일에서 5월9일 사이에 치러진다.
◆권한남용, 국정농단이 쟁점
헌재는 13가지 탄핵소추 사유를 다섯 가지로 압축해 심리했다. 헌재 재판관들이 5개 쟁점 중 한 가지라도 ‘대통령직을 중단시킬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하면 박 대통령은 파면된다.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권한남용 여부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기업에 강요했거나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을 최순실 씨가 원하는 사람으로 임명했다는 의혹 등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권한남용 부분에선 기업 재단 출연 의혹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최씨의 사익을 챙겨주려는 의도로 재단을 설립했다는 게 입증되면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도 주요 쟁점이다. 박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민간인인 최씨가 휘두르도록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중대한 헌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은 큰 쟁점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헌재는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특검 수사 결과가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할 헌재 재판관의 면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가 각각 3명을 추천한다. 이 소장 권한대행(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지명)과 이진성 재판관(양승태 대법원장), 김창종 재판관(양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강일원 주심재판관(여야 합의)과 김이수 재판관(야당 몫), 안창호 재판관(여당 몫)은 국회가 선출했다. 조용호 재판관과 서기석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임명했다. 성향과 판결 스타일이 제각각인 8명의 재판관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박상용/고윤상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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