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정이 나오든 수용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실현하는 일
김상겸 < 동국대 교수·헌법학 >
헌법재판소가 10일 오전 11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한다. 이에 따라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지난해 12월9일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 의결서를 제출한 이후 92일 만에 끝을 맺게 됐다.
그런데 이번 탄핵심판은 2004년 탄핵심판 때와는 사뭇 다르다. 2004년 때는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여부가 출발점이었지만 이번에는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 사건’으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가져오면서 국정조사와 특검을 불렀고,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한 후 탄핵심판을 청구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이 청구되기까지 소위 최순실 게이트는 국민의 촛불집회와 시위를 야기했다. 주말마다 서울 도심에서 촛불집회가 계속됐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탄핵심판을 위한 헌재 심리가 열리면서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촛불집회와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가 시작됐다. 주말마다 열리던 두 집회는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더 빈번해졌다. 그런데 두 집회의 분위기가 가열되면서 상호비방 정도가 심해지고 심지어 충돌직전 상황까지 연출됐다. 이렇게 국민 여론이 갈리면서 갈등과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헌법재판소는 석 달 남짓한 탄핵심판 기간에 20차례에 걸쳐 재판을 개최하면서 13가지에 이르는 탄핵사유를 심리하고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월31일에는 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하면서 재판관이 8인이 됐고, 9인이 아닌 재판부로 인한 탄핵심판의 정당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7인 이상이면 재판부를 구성하고 심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탄핵심판을 8인의 헌재재판관이 담당한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탄핵심판은 현행 헌법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관장하는 재판 중 하나다. 1987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헌법재판소 제도를 도입한 것은 역대 정권의 헌법유린을 차단해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서였다. 탄핵심판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고위공직자를 파면함으로써 헌법질서를 바로잡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헌법재판이다. 헌법재판의 기준이 국가 최고법인 헌법이라는 점에서 헌법재판관은 더욱 엄정하게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적 양심으로 재판을 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의 공정성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또 탄핵심판은 어디까지나 사법기능을 하는 헌법재판이기 때문에 정치재판이나 여론재판이 돼서는 안 된다.
국민의 집회와 시위에 관한 권리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최근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는 헌재에 영향을 미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헌법재판관이 서로 갈린 국민여론에 영향을 받으며 재판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헌재가 탄핵심판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혹시 일부 국민이 집회와 시위를 통해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분명 잘못된 것이다. 정치권도 국민의 집회에 참석하고 발언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따라 최종적인 유권해석기관으로 탄핵심판을 결정한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헌법질서를 지키는 것이다. 지금 탄핵심판 결과를 거부하거나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헌재 결정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이 결정한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국민과 국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번 탄핵심판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이를 수용하는 것이 국민의 책무이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김상겸 < 동국대 교수·헌법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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