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미래전략TF 신설
신뢰 추락·매출 정체·규제, 3대 위기 돌파할 묘수 찾기
지역 축제에 관광승마 결합…농촌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
미·영 등 경마 선진국처럼 온라인 베팅 허용 논의해야
[ 최진석 기자 ] “마사회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매출은 정체됐고, 국민 신뢰는 추락했습니다. 강력한 규제도 발목을 잡고 있고요. 마사회가 국민 레저스포츠 문화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향을 잡아 나갈 계획입니다. 경마와 승마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로 정립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적극 찾겠다는 거지요.”
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58)은 9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본사 집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전 예상했던 것보다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료를 지낸 그는 지난해 말 임기 만료된 현명관 회장에 이어 제35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가족 스포츠로 변신”
지난해부터 말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승마가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경마 매출도 2011년 이후 7조7000억원으로 정체돼 있고, 새로 개장한 테마파크인 렛츠런파크를 찾는 방문자도 줄고 있다”며 “여론 악화, 성장 정체 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취임 직후 미래발전전략 태스크포스(TF)팀을 조직해 탈출 방안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TF팀이 내린 결론은 농촌과 연계한 산업 성장과 경마를 레저스포츠 문화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경마는 영국 여왕도 즐기는 문화스포츠이자 온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사교의 장”이라며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경마의 품질을 높이고 스마트 경마서비스를 구축할 방침이다. 한국 경마는 작년에 파트2로 승격됐다. 이 회장은 “한국 경마 100주년을 맞는 2022년에는 최상위 등급인 파트1 승격이 될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질 것”이라며 “코리아컵과 같은 큰 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국산 경주마의 해외 참가를 활발히 해 경마한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경마정보 제공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농촌과 연계해 말산업 성장
이 회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년간 근무하다 2013년부터 작년 8월까지 농촌진흥청장을 지냈다. 농업 전문가인 그는 말산업 성장의 키워드를 ‘농업’에서 찾았다. 이 회장은 “매년 4월 전북 고창에서 청보리밭축제가 열린다”며 “이곳에선 마차를 타고 보리밭을 구경하는 게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축제에 관광승마를 결합하면 관광객들의 볼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해안 승마’처럼 농어촌의 관광자원을 도입한 관광승마를 활성화하면 농어촌가구 소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승마에 대한 나쁜 선입견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는 승마 과목의 교육과정 편입과 학생승마 체험 확대 등으로 유소년 승마 인구 늘리기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 회장은 “승마 선진국인 독일에는 ‘삼두일직(三斗一職: 말 세 마리가 일자리 한 개를 만든다)’이란 단어가 있을 정도로 말산업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준다”며 “씨수말 교배, 해외 전문인력 초빙, 농가 컨설팅, 취업지원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해 산업 육성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임기 내 핵심사업 중 하나로 온라인 베팅 합법화를 검토하고 있다. 그는 “불법도박 시장 규모가 127조원(2014년 기준·한국형사정책연구원)으로 지난해 정부예산(386조원)의 30%에 달한다”며 “무조건적인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선진국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영국, 호주, 홍콩, 일본 등 경마 선진국들은 대부분 온라인 베팅을 허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베팅이 합법화된다면 불법도박 근절, 관리 강화, 세수 확보 등 이점도 있다”며 “각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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