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승리"…1500만 촛불이 새로 쓴 역사

입력 2017-03-10 12:09  


촛불이 역사를 바꿨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끈 것은 지난해 10월 29일 시작된 촛불집회였다. 3만명으로 비교적 평범하게 시작한 집회였지만 2주 만에 30배가 넘는 100만명이 모여 민심의 향방을 나타냈다.

참가자들은 처음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퇴진을 요구했고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까지 탄핵에 나서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초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야당을 질타하고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특검 실시를 압박했다.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탄핵 인용을 강하게 요구해 결국 역사를 바꿨다.

촛불진회 초기만 해도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개명 후 최서원) 것으로 추정된 태블릿PC가 발견되고 박 전 대통령이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최 씨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한 직후였지만 집회 과정에서 주된 요구는 '탄핵'보다는 '하야'나 '퇴진'에 맞춰졌다.

이후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입시부정이 드러났고, 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오히려 시민의 반발을 사면서 탄핵을 요구하는 참가자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탄핵안 발의·가결 바로 전주인 지난해 12월 3일6차 집회는 232만명이 참가하는 최대규모 집회로 치러졌다.

정치권은 초기에 신중론과 탄핵 전 개헌론 등을 논의하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촛불집회로 민심의 향방이 드러나자 본격적인 탄핵 추진으로 가닥을 잡았다.


같은 달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촛불집회는 멈추지 않았다. 이튿날인 10일 집회에는 104만명이 모여 탄핵안 가결을 자축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1일에도 110만명이 모여 누적 연인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새해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참여 인원이 줄었지만 민중총궐기를 겸한 지난달 25일 집회와 이달 4일 탄핵 선고 전 마지막 촛불집회에는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헌재의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퇴진행동은 이날까지 주말 촛불집회 참가자가 전국 기준 누적 1587만3000명이라고 추산했다.

촛불집회는 단순히 구호를 외치고 행진해 세를 과시하는 데서 벗어나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자유발언·토론회와 다양한 문화행사 등으로 직접 민주주의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비폭력·평화집회 문화가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청소년들이나 여성들도 안심하고 나와 참가자가 늘어나는 효과도 톡톡히 봤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도 최근 발간한 '치안전망 2017'에서 "경찰과 집회 참가자가 상호 신뢰하면서 성숙한 집회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남정수 공동대변인(민주노총 대변인)은 "광화문광장이 대한민국을 바꾸는 정치였고 촛불이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보다 더 무서운 정치였다"며 "민심이 모이면 태산도 옮길 수 있고 '절대권력' 대통령도 탄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박 대통령 탄핵은 사실상 촛불 민심이 이끈 것"이라고 촛불집회의 의의를 평가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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