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경영'에 희비교차한 투자자들

입력 2017-03-10 13:45  



(김익환 증권부 기자)“한진해운이 문을 닫을 것 같습니까. 주가가 8000원~1만원일 때 수억원어치를 산 고객들이 많은데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지난해 2월2일 기자는 모 대형 증권사의 부산지점에 근무하고 있다는 직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적해운사이자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이 설마 망하겠냐”며 한진해운 주식을 사들인 개미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증권부 소속인 기자에게도 관련 문의가 쇄도했습니다.

개미들의 바람과는 달리 한진해운은 이달 7일 상장폐지됐고 청산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성난 개미들을 중심으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경영 실패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2006년 남편인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타계하자 회사를 넘겨받았습니다. 하지만 비싼 용선료(선박 대여료)를 주고 배를 많이 빌렸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 경기가 꺾이자 대규모 손실을 입었습니다. 최 회장은 2014년 경영 악화로 고전하던 한진해운을 시숙인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에 넘기며 손을 뗐습니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위기를 넘기지 못했고 공중분해되고 있습니다.

해운업 경기가 나빴던 만큼 최 회장이 손쓸 도리가 없었다는 동정론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해운업 침체가 이어지는데도 구조조정과 리스크 관리에서 여러 차례 허점을 드러내는 점을 고려할 때 명백한 경영 실패로 봐야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일각에선 불행의 출발점을 평범한 주부였던 최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을 맡는 것에서 찾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모님 경영’이 모두 문제가 된 건 아닙니다. 오히려 회사가 업그레이드된 사례도 많습니다. 삼양식품이 대표적입니다. 삼양식품 투자자들은 전인장 회장의 부인인 김정수 사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김 사장이 전 회장과 함께 회사 경영을 총괄하며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주부였던 김 사장은 1998년 삼양식품이 부도가 나자 처음 회사 경영에 관여하게 됩니다. 당시 전 회장의 경영 활동을 돕다가 2000년 삼양식품 영업본부장으로 정식 입사합니다. 김 사장은 2011년 나가사키짬뽕, 2012년 불닭볶음면 개발을 주도하기도 합니다. 그는 서울 명동의 매운 불닭 볶음을 먹기 위해 식당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을 보고 불닭볶음면 개발을 실무진에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 회사는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가도 올들어 5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오너일가의 안주인들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면서 주가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쩍 커진 만큼 사모님들도 그에 걸맞는 ‘책임경영’에 힘써주길 바랍니다.(끝) /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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