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동전 없는 사회'로 변신 중…돼지저금통이 앞으로는 추억이 될까요

입력 2017-03-10 16:50  

[ 임현우 기자 ] ■ 금주의 시사용어

동전 없는 사회

한국은행이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펼칠 12개 업체를 선정했다. 선정된 업체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4월부터 거스름돈을 동전으로 받는 대신 선불카드에 적립할 수 있다. 무거운 동전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경제신문 3월4일자 A2면


요즘 직장인 중엔 지갑 없이 휴대폰과 신용카드만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단돈 몇백원짜리 물건도 카드나 모바일로 결제할 수 있게 되면서다. 주머니를 무겁게 하고 짤랑짤랑 요란한 소음을 내는 동전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한국은행이 ‘동전 줄이기 작전’에 나섰다. 일상생활에서 잔돈을 전자화폐, 포인트, 선불카드 등으로 주고받도록 해 동전이 필요없게끔 하는 이른바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를 만든다는 것이다. 동전을 완전히 없앤다기보다는, 전자금융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동전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의미다.

한은이 선정한 1단계 시범사업자 12곳에는 CU·세븐일레븐·위드미·이마트·롯데마트 등 유명 편의점·마트가 두루 포함됐다. 반응을 살펴가며 대상 업종을 늘려갈 계획이다. 휴대폰번호만 알려주면 미리 등록한 은행 계좌로 잔돈을 송금해주는 등 다양한 적립 수단도 추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20년 동전 없는 사회를 구현한다는 게 한은의 목표다.

중앙은행이 이 사업을 벌이는 이유는 잘 쓰지도 않는 동전에 제조·유통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은은 새 동전을 찍는 데 해마다 500억원 이상을 쓴다. 시중에 풀린 10·50·100·500원 동전은 224억개(지난해 10월 기준). 하지만 서랍이나 저금통에 처박히는 일이 많아 환수율은 20%대에 그치고 있다. 찌그러지거나 녹슬어 폐기된 동전이 작년에만 3980만개나 됐다. 반면 한국인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보유율은 지난해 90.2%, 96.1%였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급수단은 2015년을 기점으로 신용카드(39.7%)가 현금(36%)을 앞질렀다. 현금을 대체할 전자화폐는 세계적으로 이미 700종 이상 개발됐다.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건 세계적 추세다. 몇몇 선진국은 아예 동전을 넘어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를 지향하고 있다. 스웨덴은 현금거래 비중이 20%로 떨어졌다. 현금을 비축하지 않는 은행이 늘면서 금고를 턴 강도가 아무 것도 못 훔치고 잡힌 황당한 일도 있었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일정 금액 이상의 물건은 현금으로 살 수 없도록 했다. 덴마크는 올해부터 화폐 생산을 중단했으며, 필요할 때만 다른 나라에 위탁 생산하기로 했다.

현금 없는 사회에서는 모든 금융거래 내역이 서버에 기록되기 때문에 탈세, 뇌물 등 불법거래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해킹, 금융사기, 사생활 침해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많다. 유명한 전자화폐 ‘비트코인’은 서버가 털려 수백억원어치를 도둑맞는 사건을 수 차례 겪었다. 신기술에 익숙치 않은 노년층, 장애인, 저소득층의 경제생활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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