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 이승만·윤보선·최규하 이어…헌정사 네 번째 국가원수 중도 퇴진

입력 2017-03-10 17:36  

부정선거로 촉발된 4·19 혁명
이승만, 대통령직 자진 사퇴

윤보선·최규하, 군부에 강제 하야



[ 은정진 기자 ] 헌법재판소가 10일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중도 퇴진한 네 번째 국가원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첫 번째는 자진 하야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1960년 3월15일 정·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개표 조작 사건이 발생하자 전국의 대학생과 시민들이 총궐기한 4·19 혁명으로 번졌다. 이 대통령은 그해 4월25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대통령직 자진 사퇴를 뜻하는 하야(下野)를 발표했다.

4·19 혁명 이후 3차 개헌을 통해 내각책임제인 제2공화국에서 형식적 국가원수인 대통령으로 취임한 윤보선 대통령은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군부세력과 갈등을 빚다가 1962년 3월22일 하야 성명을 발표했다.

세 번째는 신군부에 의해 강제 하야한 최규하 전 대통령이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피습당해 사망하자 당시 최규하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거쳐 12월6일 10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12월12일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중심으로 정변을 일으킨 신군부는 최 대통령에게 하야를 강권했고 최 대통령은 그해 8월16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해외에선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하야가 중도 퇴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공화당 출신인 닉슨 대통령은 1972년 6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상대 당인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을 도청하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일으켰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사건 은폐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자 미국 하원은 즉각 탄핵절차를 밟았다. 그는 상원에 앞서 하원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의결하기 직전 자진 사임했다.

2000년 7월 3선에 성공한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은 국가정보부의 야당 의원 매수 등 부정선거 혐의로 하야 압박을 받았다. 그는 그해 11월 일본에서 팩스로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페루 국회는 사임 요청을 거부하고 그를 탄핵했다. 2007년 페루로 강제 송환된 그는 2010년 징역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2010년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오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두 번째로 탄핵당했다. 박 전 대통령처럼 끝까지 버텼지만 하원과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됐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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