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호조 땐 코스피 2200까지 오를수 있지만
미국 통상정책·중국 사드 보복 등 대외변수 여전
5월 대선 전후로 중소형주 상승 탄력 받을 수도
[ 박종서/김우섭 기자 ]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향후 주식시장의 방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올 1분기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면 지수가 강한 상승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하다. 다만 한국을 향한 미국(통상)과 중국(안보)의 정책 불확실성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인 테마주 요동
1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29포인트(0.3%) 오른 2097.35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대형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날 장세는 상승세와 하락세가 빈번하게 교차할 정도로 변화가 심했다. 오전 11시 헌법재판소가 주문을 시작할 때는 상승세였으나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세월호 사건에 박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순식간에 7.73포인트(0.34%)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이 대행이 오전 11시15분 파면 가능성을 높이면서 상승 반전했고 선고를 마친 11시21분에는 9.39포인트 상승하며 21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른바 ‘대선 테마주’도 크게 요동쳤다. 이날 상한가를 기록한 3개 종목 모두 대선 후보와 관련된 테마주였다. 보수 진영의 잠재 대선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의 테마주 세우글로벌과 두올산업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안희정 충남지사 테마주로 분류되는 SG충방도 상한가였다. 이 종목은 “안 지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별도의 해명 공시를 했지만 탄핵 결정 직후 매수세가 몰렸다. 임학규 대표가 안 지사와 고려대 동문으로 알려진 백금T&A 역시 16.99% 오른 채 마감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테마주인 케이씨에스(26.31%)를 비롯한 코스닥 시장 상승률 상위 1~10위 종목도 모두 정치 테마주였다. ‘박근혜 테마주’는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가 회장으로 있는 EG는 장 초반 급등세를 보이다 14.19%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기업실적이 관건
증권업계에서는 주식시장이 ‘탄핵 소용돌이’를 빠져나오면서 안정감을 찾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헌재 결정이 마무리된 만큼 이제 투자자들은 기업 실적으로 눈길을 돌릴 것”이라며 “올해 1분기 실적이 기대한 만큼의 호조를 보이면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기업실적이 받쳐주더라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말끔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이나 국제 유가 움직임 등이 기업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대세상승을 단언하기는 이르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구용옥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정책이나 중국의 대(對)한국 정책 등이 시장에 미치는 민감도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다만, 대선 정국이 바로 개막하는 것은 중소·벤처 상장사에 대한 투자심리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는 5월 조기 대선을 전후로 대선주자들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이 가시화될 경우 중소형주들이 강한 상승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면 불편한 대중(對中) 관계도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휘청이는 중국 관련주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도 흘러나온다.
박종서/김우섭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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