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
11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 수천명이 몰려들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후 처음 열린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이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거웠다.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흐느끼는 참가자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무효”라며 “탄핵 불복 운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외쳤다.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단체들의 모임인 ‘국민저항본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시청 앞 대한문 광장에서 ‘제 1회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를 열었다.
태극기 집회를 주최해오던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은 10일 공식 해산했다. 대신 ‘국민저항본부’란 이름으로 태극기 집회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민저항본부는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란 성명을 통해 “헌재의 탄핵 결정은 헌재발 역모였고 반란”이라며 “헌재 발 국가반란적 판결에 승복할 수도, 굴복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를 해산하고 새로운 헌법재판관 9명을 새로 지명해 다시 심판할 것”을 요구했다. 신당을 창당해 정치 정당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오후 3시반 현재 참가자는 전날보다 적었다. 폭력이 자행됐던 전날과 달리 집회 분위기도 차분했다. 단상이 설치된 대한문 앞은 참가자들로 빽빽하게 들어찼지만 시청 광장은 절반 정도만이 찼다. 은퇴 공무원이라 밝힌 석형길(74)씨는 “어제 (박 대통령 탄핵 소식에) 참 많이 울었다”며 “헌재 판결도 났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알지만 답답한 마음에 나왔다”고 말했다.
전날 격렬한 집회 중에 사망한 세 사람을 추모하기 위해 시청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엔 줄이 길게 늘어섰다. 태극기 집회에 꾸준히 참가해왔다는 한모씨(58)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죽을 필요까진 없었는데”라며 흐느꼈다.
주최 측은 폭력 사태의 책임을 ‘종북좌파의 소행’으로 돌리기도 했다. 단상에 선 정광택 국민저항본부 공동대표가 “어제 버스를 끌고 폭력 집회를 주도한 건 종북 좌파의 소행”이라고 말하자 일부 참가자들은 흥분에 차 “맞다 좌파 때문이다”라고 소리쳤다. 정 공동대표를 비롯한 주최 측은 집회 중간 계속해 “우리는 평화집회를 합니다”라고 공지하면서 흥분한 참가자들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207개 중대 1만6500여명의 경력을 투입해 집회관리에 나섰다. 경찰은 전날 태극기집회 일부 참가자들의 폭력 시위에 대해서 “폭력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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