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9일 오전 저축은행의 1월 가계대출 증가액이 9775억원이라고 발표했다가 오후 4시에 그보다 훨씬 줄어든 5083억원이라고 정정자료를 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잘못된 자료를 전달했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가계부채발 위기를 더 부풀리려는 무의식적 동기라도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때맞춰 공개된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6%로 1년 전보다 4.6%포인트 상승했다. 증가폭은 세계 43개국 중 세 번째로 컸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8위였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까닭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조이자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으로 옮겨간 탓이 클 것이다. 이자가 높아지고 또 기존 은행권 대출도 원리금을 갚아야 하니 더 많이 빌리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련 금융권 리스크를 관리하겠다고 나설수록 가계부채 총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한계 가계만 더 궁지로 내몰린다. 악성 가계부채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가계부채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통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같은 가계부채라도 금융자산이 금융부채의 2배를 넘는 자산가들이 빌린 돈과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서민들의 부채가 같을 수 없다.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임대업자가 임대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빌린 경우, 자영업자 등의 영리목적 가계대출 등은 모두 성격이 다르다. 이런 고려 없이 ‘특단의 대책’을 세울수록 풍선효과만 더 커진다. 통계 오독은 잘못된 대책을 내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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