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 앞두고 떠난 '중력파 연구' 일등공신들

입력 2017-03-12 19:55   수정 2017-03-13 05:09

로널드 드레버 칼텍 교수
오랜 투병생활 끝에 숨져

그를 연구에 추천했던 교수
브래진스키도 지난해 사망
수상후보 3명중 2명만 남아



[ 박근태 기자 ] 금세기 과학계 최고 발견으로 꼽히는 중력파 검출의 일등공신 로널드 드레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명예교수가 지난 7일 영국 에든버러에서 타계했다. 향년 86세. 드레버 교수는 라이너 와이스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85), 킵 손 칼텍 명예교수(77)와 함께 중력파를 검출한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를 설계하고 만들었다.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예측한 중력파는 블랙홀 충돌이나 초신성 폭발처럼 급격한 중력 변화가 마치 연못의 물결처럼 우주 공간에서 퍼져가는 현상이다. 세계 과학자 1012명으로 구성된 LIGO 연구진은 2015년 태양 질량의 각각 36배, 29배인 블랙홀이 충돌해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온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계는 세 사람을 노벨상 수상 후보 1순위로 꼽았다. 하지만 지난해 상을 받지는 못했다. 수상자 추천 시점보다 10여일 늦은 지난해 2월11일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후보 신청을 하지 못해 상을 놓쳤다는 관측이 나왔다. 노벨위원회는 전년도 9월 선별된 후보 추천자에게서 그해 1월31일까지 후보 추천서를 받고 있다. 세 사람은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인 브레이크스루 상을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드레버 교수는 영국 글래스고대에서 핵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중력파 검출기를 제작해 왔다. 그는 간섭계 안에서 빛이 왕복하면서 작은 거울에 정확히 반사할 수 있는 기술을 제안해 LIGO 건설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주인공으로 평가된다. 그의 공로로 태양이 수소 원자 지름만큼 움직인 정도에 불과한 중력파 변화를 검출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뛰어난 과학자도 병마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장기간 치매로 고통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중력파 발견 소식을 발표하는 자리에도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다.

손 명예교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저녁 식사와 대화 자리에서 매우 유쾌했던 사람이며 아이디어꾼이었다. 매우 좋은 친구였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중력파 연구자들에겐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손 명예교수가 드레버 교수보다 먼저 영입하려 했던 블라디미르 브래진스키 모스크바주립대 교수는 지난해 3월29일 85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손 교수는 1984년 LIGO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레이저 간섭계 대가인 브래진스키 교수를 영입 1순위로 올렸다. 하지만 브래진스키는 모국인 소련을 떠날 수 없다며 고사했고 대신 드레버 교수를 연구진에 추천했다. LIGO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브래진스키 교수는 지난해 노벨상 유력 수상 후보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력파 발견에 공헌한 바가 크다”며 “두 명의 교수만 유력 수상 후보로 남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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