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OLED 라인도 곧 마무리
상반기 공채 900명 늘렸지만
시스템 LSI "인재 추천 좀…"
[ 박재원 기자 ] 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 호황기를 맞았지만 연구개발(R&D) 인력, 생산공정 관리 전문가 등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임직원에게 우수인재를 추천해 달라고 할 정도다. “한국 반도체업계는 ‘뿌리(인재)’가 말라가는 나무와 같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재 육성 시기를 놓친 탓에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업계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공장 속속 완공되지만 채용 비상
12일 업계에 따르면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임직원에게 가족이나 학교 선후배 등 우수인재를 추천해 달라고 고지했다.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지인 추천을 받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삼성전자는 15조원을 투자한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평택 공장을 6월께 가동한다. 10조원을 투입한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2700명을 채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다수 인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에 배치된다. 대규모 투자에 따라 상반기 채용 규모는 지난해(1800여명)보다 약 900명 늘었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전년 대비 2~3배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의 신입 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스마트폰의 두뇌로 일컫는 모바일 응용프로그램(AP) 등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체 아우디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공급하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비메모리 반도체산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며 각광받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직원에게 우수 인재를 대규모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을 홍보해 달라고 독려하고 있다”며 “임직원으로부터 추천받은 사람에게 채용 정보를 담은 가이드라인 메일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력 부족현상은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10조원을 들인 파주 P10 공장을 내년 7~8월 본격 가동할 예정이지만 제때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구인난 5년 더 간다”
이 같은 현상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전문인력이 줄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6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분야 기술 인력은 9만492명으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반도체 관련 연구과제를 줄이면서 교수들이 연구분야를 다른 전공으로 옮겼고, 자연스레 반도체 분야 인재 육성도 힘들어졌다”면서 “대규모 시설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국내 업체들이 인재 양성까지 나서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도체 슈퍼호황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업체들의 구인난은 최소 향후 5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도 지금은 화려한 성과를 자랑하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한국 반도체업계는 ‘뿌리(인재)’가 말라가는 나무와 같다”며 “지금의 성공에 취해 있다가는 중국발 태풍에 고사(枯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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