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미국 외교사에서 ‘특별한 관계(special relationship)’를 맺은 국가는 영국이었지만 미국과 독일은 ‘정말로 특별한 관계(real special relationship)’로 불릴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기에는 영국이 메르켈 총리의 그늘에 가렸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주요 사안에서 독일은 ‘미국의 유럽 대리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난민 퇴출 등을 둘러싸고 양국 정상은 번번이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을 앞두고 메르켈 총리를 겨냥해 “난민 정책은 엄청난 실수였다”며 “난민을 무조건 수용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메르켈 총리가 비슷한 노선을 가고 있다는 점에 거부감을 느꼈다. 트럼프 는 당시 “힐러리는 ‘미국의 앙겔라 메르켈’이 되려 한다”고 비난했다.
독일이 최근 유럽 내 최강자로 부각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엣가시로 여겨졌다는 점도 지적된다. 2010년 이후 남유럽에서 불거진 재정위기 대처 과정에서 독일은 결정권자 역할을 떠맡았다. 2014년에는 유럽 각국 정부를 규합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국·EU의 러시아 제재를 주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EU가 곧 독일이고 EU는 독일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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