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선호도에 순위 뒤바뀌는 산업은행 평가시스템

입력 2017-03-13 10:50   수정 2017-03-13 15:28



(이지훈 증권부 기자) “이렇게 부서평가를 하니까 은행 내 줄서기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겁니다.”

산업은행의 한 직원은 지난해 부서평가에 불만을 토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산업은행의 부서평가가 부행장의 주관적 선호도에 지나치게 좌우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산업은행은 IB, 영업점, 지원부서 등 부서 특성을 감안해 분류한 뒤 10여개 부서를 군별로 묶어 평가하고 있습니다. 유관 부서들끼리 경쟁을 하는 방식입니다. 총 100점 중 85점은 실적 등을 반영한 정량평가를 하고, 나머지 15점은 담당 부행장(7점)과 수석부행장(8점) 매긴 점수를 합산합니다.

그런데 정량평가 점수는 1등부터 꼴찌까지 점수차이가 2~3점에 불과합니다. 즉 부행장 주는 점수에 따라 일등과 꼴등이 한번에 뒤바뀔 수 있는 구조인 셈입니다. 지난해 부서평가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82점을 넘게 받아 정량평가에서 선두권에 있던 부서가 경영진 평가를 낮게 받으면서 꼴등으로 추락한 것입니다. 반면 중하위권에 있던 부서는 단번에 선두권으로 올라왔습니다.

꼴등으로 추락한 부서는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은행에 안겨주고 있습니다. 은행 살림살이에 보탬이 된 부서가 부서평가에서는 오히려 소외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부서평가 점수는 그해 성과급 수준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적 제고를 위해 한 해 동안 열심히 뛰었던 직원들 입장에선 억울할 법도 합니다.

산업은행의 줄서기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 이같은 부서평가시스템을 꼽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실적 보다는 부행장이 어떤 평가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일이 업무능력보다 더 중요하다는 푸념도 들립니다. 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담당 부행장이 거쳐간 부서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능력과 소신에 따라 일하기 보다는 까라면 까는 문화가 은행 내 만연해 있다. 부서평가 시스템부터 손봐야하는 이유이다”라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산업은행 수뇌부가 진지하게 들어야 할 때입니다. (끝) /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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