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헌재 결정문에 '재벌권력'은 없었다

입력 2017-03-13 17:47  

"최순실 사태 피해 당사자는 기업들…헌재도 뇌물죄 성립여부 적시 안해
기업 수사 종결해 총수 복귀시켜야"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헌법재판소는 ‘2016헌나1(대통령 탄핵사건)’에서 매우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 헌법재판소도 재판소다. 재판소라면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은 상원의원 3분의 2의 결의로 곧바로 탄핵되지만, 한국이 국회가 아니라 재판소에 탄핵심리를 맡긴 이유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법적 판단을 하라는 명령이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는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고…’라고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탄핵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다”고 하면서 민사소송절차를 선택적으로 준용했다.

당연히 탄핵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다. 그러나 한 사람을 파면시키는 절차는 자칫 인격살인 절차가 될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해야 한다. 충분한 증거조사, 심리 및 반론권 보장이 필수적이다.

헌재는 법률상의 심리기간인 180일에 턱없이 모자라는 기간만 심리하고 선고했다. 그 이유는 한 명의 재판관이 퇴임하기 전에 사건을 종결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신속한 판결이 그렇게도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러나 ‘법치주의’라는 이름으로 대부분의 국민은 이를 존중하고 있다.

헌재 결정문에서 주목해야 할 문장이 있다. 결정문 45면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의 침해’ 부분에서 “대기업들은 청와대의 압력에 따라 설립취지나 운영방안 등을 알지 못한 채 서둘러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출연하였으며, 출연 후에도 재단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헌재는 “대기업들은 청와대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며 청와대의 출연요구는 사실상 구속력 있는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고 썼다. ‘볼 수 있다’ 또는 ‘보인다’가 아니라 단호하게 ‘보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사실상 구속력 있는 행위’란 실질적인 강탈이라는 것이다.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을 우리가 따라야 하는 이유는 그 결정문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일한 결정문에 쓰인 이 대목 역시 진실이어야만 한다. 이 문장은 기업은 무죄이고 강요된 행위의 피해자였음을 헌법기관이 보증한 진실인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당사자는 기업들이다. 소영웅주의에 함량미달이 분명해 보이는 국회의원들의 삿대질과 막말에 기업 총수들은 코흘리개 초등학생들 벌서듯이 수줍게 손을 들었다. 헌재가 인정하듯이 기업들은 1주일 안에 불문곡직하고 500억원을 모아서 바쳤다. ‘재벌 저격수’라는 사람이 특검을 도와 삼성전자 부회장을 ‘직권남용 피해자’에서 ‘경영권 승계 수혜자이자 뇌물공여자’로 둔갑시켜 구속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재벌이 권력이라면 이런 일들이 과연 가능했을 것인가.

대통령 파면 이후 기업에 대한 수사는 검찰로 넘어가, 다음 차례는 롯데, SK, CJ일 것이라고 일부 언론은 보도했다. 다시 말하지만 기업은 이번 사건에서 처음부터 최대의 피해자였다. 헌재 결정문에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는 문장은 단 한 줄도 없다.

대통령을 단순 수뢰죄로 걸어 넣으려면 최순실과 경제적 공동체임을 증명해야 하고, 제3자 뇌물죄로 넣으려면 부정한 청탁이 증명돼야 한다. 헌재가 대통령의 뇌물죄 성립여부에 대해서는 침묵함으로써 종범이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은 더 커졌다. 이 점은 지난해 12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결과와 일치한다.

따라서 검찰은 일단 기업인들에 대해 명분 없는 출국금지부터 해제해야 한다. 조속히 기업에 대한 수사 종결을 선언하고 총수들이 경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구속 상태에 있는 인사는 신속한 재판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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