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50달러 아래로 떨어진 국제유가…업종별 기상도

입력 2017-03-13 18:42  

항공·전력주 '맑음'…화학·조선주 '흐림'

한전·대한항공·아시아나 강세, 롯데케미칼 등 화학주는 약세
정유주는 '배당 호재'로 상승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ETF 관심



[ 최만수 기자 ]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해 힘겨운 감산 합의로 55달러 안팎까지 올려놓은 유가가 미국의 원유재고량 급증으로 단 며칠 새 10% 가까이 하락했다. 전력주와 항공주가 오르고 화학주는 떨어지는 등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이들 업종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국제 유가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유가 하락에 웃는 주식은

1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 시간 외 전자거래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47.90달러까지 하락해 작년 11월30일 이후 처음으로 48달러 선을 밑돌았다. WTI 가격은 지난 8일 이후 3거래일간 9.6%나 급락했다.

유가 하락은 국내 주식시장에 바로 영향을 미쳤다. 우선 그간의 유가 상승이 악재로 작용해 주가가 작년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진 한국전력 등 유틸리티주가 강세를 보였다. 한국전력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88% 오른 4만2800원에 마감했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5달러 하락하면 한국전력의 분기 영업이익이 7000억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떨어지면 발전 주연료인 석탄과 가스 가격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0.90%) 아시아나항공(0.46%) 제주항공(3.24%) 등 항공주 주가도 올랐다. 이 회사들은 전체 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반면 그동안 유가 상승 수혜를 누린 롯데케미칼(-2.82%) SK케미칼(-2.22%) 등의 화학업체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통상 유가가 하락하면 화학 업종 제품 가격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은 정유업체에도 악재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10일 에쓰오일이 주당 5700원의 ‘폭탄 배당’을 결의하면서 에쓰오일(6.43%) SK이노베이션(3.62%) 등은 큰 폭으로 올랐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원유 재고가 늘어났지만 글로벌 정유업체들의 공급여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한국 정유업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주도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 해양플랜트 발주가 감소해 주가도 힘을 받을 수 없는 수익구조다.

◆강(强)달러도 유가 끌어내릴 듯

국제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금융상품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유 선물 가격을 반대로 추종하는, 다시 말해 유가가 떨어질수록 수익을 내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이 대표적이다. WTI 가격 움직임을 반대로 복제한 ‘신한 인버스 WTI 원유 선물 ETN(H)’은 이날 2.96% 오른 1만2885원에 거래를 마쳤다. ‘TIGER 원유인버스선물(H)’도 3.40% 오른 1만3550원에 마감했다. 유가 하락세가 뚜렷해지자 이 상품의 거래량은 10일 평소의 10배 수준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다시 안정적으로 배럴당 50달러대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원유재고량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유가 하락 압력을 키우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3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연 4회 금리인상을 시사하면 유가 하락세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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