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연락이었다. 뉴저지 주지사 측에서 LG전자 미주법인 사옥을 일자리 관련 기자회견장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이 온 것은 지난 9일(현지시간)이었다.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는 13일 조주완 LG전자 미주법인 대표와 사옥 로비에 마련된 기자회견 연단에 올라섰다. 두 사람 뒤에는 빨간색 LG 로고가 선명한 플래카드가 설치됐다.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그는 “좋은 소식을 가져다 주는 기업(good news company)에 와서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LG가 미주본사 신사옥을 뉴저지 잉글우드클리프스시에 짓기로 결정한 데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새 사옥에 1100여명 직원이 입주하고, 2000여개 건설직 일자리가 생긴다는 점도 강조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재임 기간 중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늘렸는지도 홍보했다. “지난해 뉴저지주에 생긴 민간 일자리만 6만800개”라며 “당초 예상한 것의 네 배가 넘는 숫자”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선출직 공무원 업적은 일자리로 평가받는다. 정치인도 다르지 않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경선 후보로 출마했던 ‘전국구’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치적’을 알리는 장소로 한국 기업을 선택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달 7일 열린 LG 신사옥 기공식에 초청을 받았지만 일정이 겹쳐 참석하지 못했다. LG 관계자는 “바빠서 못 온다는 통보가 와서 아쉽지만 마음을 접었는데, 이렇게 애프터서비스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이제 LG는 우리와 함께할 미국의 든든한 기업시민”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의외의 기자회견 소식을 접한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착잡하다고 했다. “한국과의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여기서는 공무원들이 기업을 찾아다니면서 ‘필요한 게 없습니까’라고 묻지만, 한국에서는 전화로 ‘의견을 들어볼 테니 일단 모이세요’라고 지시합니다.”
기업을 대하는 공직자의 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소한 차이가 국가 경쟁력을 가른다는 게 미국 법인장들의 한결같은 얘기였다.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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