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해석이 말이 되는가. 경제성장이야말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동력이다. 경제성장 속도에 비해 늦다고 해서 삶의 질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상식적으로 봐도 지난 10년간의 복지예산 증가율과 비교하는 게 타당하다. 복지예산은 2006년 56조원에서 2015년 116조원으로 107.1%나 늘었다. 퍼붓는 복지에 비해 삶의 질은 그 10분의 1밖에 나아지지 못했다는 해석이 정책적으로 유용하고 현실에도 부합한다.
통계청 모델대로라면 경제성장만큼 분배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다 추락한 게 베네수엘라요 브라질이다. 삶의 질을 평가하는 항목에도 문제가 많다. 지수를 구성하는 80개 지표 중 주관적 지표가 24개나 된다. 통계 오독과 논란 여지가 많은 자살률, 지역사회 소속감, 스트레스 인식 정도, 시간부족에 대한 인식, 기후변화 불안도 등까지 포함돼 있다.
정확한 통계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정책과 예산의 기초가 되는 정부 통계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삶의 질 종합지수는 정부 통계로서 자격 미달이다. 통계청도 표준화, 가중치 산정 등 작성방식에 중립성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지수 산정은 관련 학회가 맡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연구용역 정도로 끝냈어야지 버젓이 발표한 것은 통계청의 과욕이고 무책임한 처사다.
그렇지 않아도 소위 대선주자들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겠다며 ‘퍼주기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이들에게 더 퍼줄 구실을 제공하는 통계가 돼선 곤란하다. 통계청조차 대한민국이 숨이 막히는 ‘헬조선’이라고 여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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