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부동산 공약엔 미래가 안 보인다

입력 2017-03-15 17:36   수정 2017-05-25 11:44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


[ 박영신 기자 ]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결정으로 연말에 예정됐던 대통령 선거가 ‘장미 대선’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대선 준비기간이 짧은 탓에 조기대선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촛불 민심이 요구해온 국가개조 수준의 수많은 개혁과제를 제대로 수렴해낼지에 대한 걱정이다. 이 중에는 건설·부동산정책도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 후보들이 그동안 무한반복됐던 주택공급과 주거복지, 집값 안정 등 단편적·각론적 ‘미세 공약’만 나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대선 시즌의 건설·부동산정책에는 국토·도시개발정책, 인프라(SOC)정책, 건축산업정책 등도 뒤섞여 있다.

근시안적 재탕 정책 공약 난무

이 때문에 건설·부동산정책보다 상위 개념인 국토·도시정책과 국가인프라정책 등은 소홀히 취급된다. 이들 정책은 국가와 도시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정책이다. 건설·부동산 활성화 여부와 주거복지 등도 결국은 이들 정책의 콘셉트에 따라 향방이 크게 갈린다. 그런데 역대 대선에서 후보들이 미래 비전을 담은 국토·도시정책 아젠다를 내놓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번에도 언론에 나오는 여야 캠프의 건설·부동산정책을 보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정책은 민간주택시장 ‘활성화와 안정화’라는 이슈를 두고, 여야 간에 방점을 달리하고 있다. 수요자들은 야당의 경우 ‘안정과 주거복지 강화’를, 여당은 ‘활성화와 주거복지 지속’을 내세울 것으로 으레 짐작한다. 그동안의 경험칙이다. 차기 정부 주택시장 전망도 매우 도식적이다. 야당은 보유세 상향 조정 등 세제개편, 재건축에는 개발이익환수제 적용, 신규 분양 대출규제 강화 등 이른바 집값 안정을 위한 규제정책을 펼칠 것이기 때문에 민간주택시장 위축을 점친다. 반면 여당은 민간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부양책을 지속할 것이어서 집값도 오르고 분양시장 활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단한다. 국내외 경제 여건과 건설·부동산시장 여건이 엄청나게 달라졌는데도 매번 이런 식이다.

미래 비전 담긴 국토정책 절실

건설·부동산정책 공약에 대한 이 같은 ‘이분법적 공약 프레임’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주택·부동산정책 공약 몇 개가 국토·도시정책 공약까지를 대변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21세기 국가와 도시 비전을 담아낼 아젠다를 내놓아야 한다. 그 프레임을 토대로 부동산·주택정책 공약을 해야 한다. 이 같은 공약 구성에 대한 인식이 없다 보니, 우리나라 국토·도시정책은 구시대적 개념으로 튼실하게 짜여져 있다. 당연히 도시와 주택개발을 둘러싼 많은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둘러싼 층고 논란, 한강변 개발계획, 도심 재건축 비리, 길 잃은 도시재생 정책, 전국 도시의 난개발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에는 기억에 남는 도시와 랜드마크 시설, 테마파크 등이 없다는 비판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선진국들은 21세기에 걸맞은 국토·도시 건설정책 수립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친환경 도심 고밀 개발, 인간친화적 도시 디자인,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도시계획, 첨단 교통수단에 걸맞은 도로체계, 친환경 청정에너지 건축정책, 초대형 매머드 인프라 사업 등을 법제화하고 있다. 우리 정치권에서는 올해 ‘장미 대선’에서도 공공주택 몇십만 가구 공급, 주택대출 규제 운운 등을 대선 공약으로 자랑스럽게 내놓고 있다.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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