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투자처 발굴에는 '난항'
무리한 투자로 '거품' 우려
[ 김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3월15일 오후 4시7분
올해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벤처캐피털(VC)에 사상 최대인 2조원에 달하는 정책자금이 투입(출자)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1월 VC의 실제 투자(집행)는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VC가 투자처 발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이 풀리면 자칫 투자에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월 벤처 투자 2014년 2월 이후 최저
15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에 따르면 1월 VC의 벤처기업 투자 규모는 7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1300억원)보다 42.2%나 줄어든 것으로, 2014년 2월(716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1월은 전통적인 VC의 ‘투자 비수기’로 통한다. 투자대상 기업의 전년 실적이 나오지 않아 집행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 들어 감소폭은 예사롭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VC업계는 펀드 조성과 투자 금액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펀드 조성액은 3조1998억원, 투자는 2조1503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각각 18%, 3.1% 증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채 연초 투자가 급감한 것은 VC가 신규 투자처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해 VC 투자의 주축을 이룬 것은 바이오·의료,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분야였다. 바이오·의료 분야는 올해도 주요 투자처로 꼽히지만 앱(응용프로그램) 사업이 주를 이루는 ICT 서비스 분야에는 다소 투자를 줄이는 분위기다. 각종 앱 관련 산업에 이미 대규모 투자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뤄진 VC 투자규모 기준 상위 10개 기업 중 6곳이 ICT 서비스 분야였다.
올해 ICT 서비스의 대체 투자처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종에 투자를 계획 중인 곳이 많지만 국내에는 관련 업체가 적어 투자를 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PEF)가 벤처기업 투자를 늘리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김도현 국민대 글로벌 창업벤처대학원장은 “지난해 투자를 분석해 보면 규모가 있는 벤처기업에는 PEF 자금이 몰린 경향이 있다”며 “한정된 투자처를 놓고 VC와 PEF가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출자는 사상 최대…‘투자 거품 우려’
정부의 벤처 육성 분위기를 타고 올해 VC 시장에는 약 2조원에 달하는 정책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공고를 내고 올해 2000억원가량을 VC 출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소기업청도 7350억원의 모태펀드 출자를 예고했다. 한국성장금융과 산업은행도 각각 3000억원, 1600억원의 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4개 기관을 제외한 공제회와 연기금의 벤처펀드 출자 규모도 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1조7000억원이 투입된 지난해보다 3000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출자와 집행의 ‘엇박자’가 자칫 투자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VC업계 관계자는 “벤처 육성을 위해 자금이 과도하게 풀리면 무리한 투자를 낳아 거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전문가는 “벤처 투자를 위해선 활발한 창업이 전제돼야 한다”며 “창업 육성과 VC 출자에 균형있게 자금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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